▲박유진 씨의 <또하나의 소녀> 상을 배경으로 손병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반올림
"삼성에게 부탁해요""왜! 알 권리가 중요한지~!" 뒤뚱뒤뚱 '알 권리 송'을 부르며 춤을 추는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자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백만장자보다는 청년 백수 거기에 우리 모습이 있네" 초대가수이자 사회자인 손병휘씨의 '메이저보다는 마이너'는 처음 듣는 사람들도 열심히 따라 불렀다. "개미 지렁이 고라니 호랑이 느릿느릿 발걸음 맞춰봐 같이." 솔가와 이란이 부른 '같이 산다는 것'은 가사를 곱씹으며 음미하기 좋았다. "우린 앞에 나온 가수들처럼 프로도 아니고 뭐도 아니에요"라며 잔뜩 김을 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래패 '밧데리'는 프로가 아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능숙한 솜씨를 뽐냈다.
가수가 수차례 바뀌는 동안 무대 한 쪽에는 '또 하나의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의 인사 때 조각상을 만든 박유진씨가 등장해 깜짝 인사를 올렸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는 편지를 써 와 더듬더듬 읽어 내렸다. 그녀가 편지를 읽는 동안 사람들은 다들 천장만 바라봤다. 이종란 노무사는 눈물을 흘렸다.
"정말 삼성한테 부탁해요. 신입사원을 뽑았을 때 건강검진 1년에 한 번씩 하는 거 형식적으로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건강검진해서 다시는 저 같은 사람 나와서는 안 돼요. 내가 살아도, 이게 사람처럼 사는 거 아니거든요." 북콘서트에는 특별한 손님이 한 명 더 찾아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는 그. 바로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이었다.
"우리의 권리, 이제 주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