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창의 형상.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의 전쟁기념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이처럼 '일시적 쾌락'을 쫓다가 '영원한 파멸'로 떨어진 안두희와 아주 잘 대조되는 인물이 있다. 비록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1932년에 일본왕(소위 천황)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던져 국제적 찬사를 받은 이봉창(1900~1932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구의 회고록인 <백범일지>에 소개된 것처럼, 이봉창은 서른한 살 때까지 그저 육체적 쾌락만을 쫓은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독립운동보다는 '야간 업소'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복장을 한 이봉창은 김구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나이가 서른한 살입니다. 앞으로 다시 서른한 살을 더 산다 한들, 과거 반생(半生)의 삶에서 방랑 생활을 맛본 것에 비한다면, 늙은 생활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육신으로 인생 쾌락을 대강 맛보았으니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도모하렵니다. 그래서 우리 독립 사업에 헌신하겠다는 목적으로 상해(상하이)에 왔습니다."술과 이성을 통해 쾌락을 추구했던 이봉창은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닫고 '영원한 쾌락'을 추구하는 '대영웅'의 길을 택했다. 이봉창의 길은 안두희가 선택한 소영웅의 길과는 달랐다. 그의 길은 민족 전체의 칭찬을 받을 만한 대영웅의 길이었다.
물론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이봉창을 다른 관점에서 평가하겠지만, 적어도 한민족의 입장에서 그는 영웅이었다. 지금 단계의 인류 사회에서 개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민족이나 국가뿐이다. 국제연합이 있다지만, 아직은 민족이나 국가만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족 전체의 칭찬을 받는 길을 선택한 이봉창의 행위는, 적어도 지금 단계의 인류 사회에서는 대영웅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영원한 쾌락을 추구하련다'라며 독립운동에 들어섰지만, 이봉창은 그 후에도 육체적 쾌락의 유혹을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 일본 나막신을 신은 채 술과 안주를 담은 봉지를 들고 임시정부 청사를 출입하면서 "당신들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일본 천황을 왜 못 죽입니까?"라고 호언장담하던 그는, 이따금씩은 다소 절제 없는 육체의 쾌락에 탐닉되곤 했다.
또 이봉창은 김구가 히로히토 응징을 위한 거사자금으로 준 중국 돈 300원을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다 소진하고 말았다. 거사 뒤에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그는 "여기저기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라고 진술했다.
그래서 이봉창은 일본에 도착한 지 4일 만에 김구에게 추가 송금을 요청했고, 김구가 어렵사리 추가 송금한 일본 돈 100엔마저 비슷한 방식으로 다 써버렸다. 거사 당일 아침까지도 기생집에서 잠을 잤을 정도다. 그런 뒤에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던진 것이다.
이처럼 사생활로 봐서는 좀 탕아에 가까운 이봉창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존경을 받는 것은 그의 행동이 민족독립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과제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행위가 일부 세력이 아닌 민족 전체의 공감을 얻을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봉창은 사생활 면에서는 좀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진정한 대영웅이 될 수 있는지를 잘 알았다. 그래서 안두희 같은 소영웅 지향주의자와는 질적으로 판이한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그는 변함없는 민족적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통일 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로 매도하고 행사장에 폭발물을 던지는 행위는, 해방 직후의 통일 운동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테러 활동을 벌인 안두희의 아류들이나 벌일 수 있는 행위다. 이런 행위는 통일이라는 이 시대의 과제에 위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은 지금 당장에는 일부 세력의 칭찬을 받을지 몰라도, 결국에 가서는 안두희의 아류로 평가받고 자기 인생을 망칠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은 이봉창 같은 영웅의 삶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류 인생'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9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공유하기
백범 암살범 '안두희 짝퉁'을 왜 영웅이라 부르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