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 기후변화총회, 소극적 합의에 이르다

2014 리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을 가다 ⑪

등록 2014.12.15 15:11수정 2014.12.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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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부터 12일까지,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할 논의 테이블인 제20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0)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선진국만이 아닌 개도국을 포함하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하는 Post-2020 신기후체제를 마련하는 기한을 불과 1년을 앞두고 있어, 장기감축목표설정, 기후재원, 손실과 피해 보상등에 관한 중요한 쟁점 사항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지난 7월 기후변화 아카데미를 통해 선발된 13명의 학생들을 COP20 참관단으로 파견하였다. 페루 리마 현장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COP20 참관단 학생들의 생생한 현장 소식을 들어본다. - 기자 말

지난 2주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기후변화 협상이 이틀간의 연장 회의를 통해, '기후대책에 관한 리마 선언(The Lima Call for Climate Action)'이라 명명된 온실가스 감축 초안이 채택되었습니다.

회의는 어젯밤까지 진전이 없다가 베네수엘라의 대표의 발언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베네수엘라 대표는 리마 회의가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총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고, 이는 COP20의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처럼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정상들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13일 회의 결과는 어제 오전과 달리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ADP 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DP 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조솔아

우선, 개발도상국이 주장하였던 내용이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합의문은 포스트 2020을 위한 자발적 감축 목표(INDC)의 제출 범위와 제출 시기, 협의 절차, 제출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각 나라의 감축 목표 제출 시기는 제출 준비가 된 국가는 2015년 3월까지, 그리고 준비가 안된 국가는 차기 당사국회의(COP21) 전에 제출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온도를 2℃나 1.5℃ 이하로 억제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므로, 202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행동의 이행에 대한 점검 절차와 감축 촉진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2015년에 제출하는 감축 목표량은 당사국들의 기존 목표량보다 많아야 하며, 구체적인 감축 시한과, 감축량 측정 방법도 함께 적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2020년까지의 추가 감축노력 촉진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감축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이 계속해서 주장한 차별성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차별성을 갖기로 하였고,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포함된 합의문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어제 ADP 회의에서 보였던 많은 갈등 요소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합의문에 반영되었습니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선진국들의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는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발도상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들이 부담해야 하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의 증액도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미국과 중국이 탄소 배출 감축에 합의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기후변화 체제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COP21에 출범하게 될 새로운 기후체제의 초안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주장도 많이 있습니다.


리마 기후변화 회의에서 더 많은 진전을 보이지 못한 데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이 역사적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조금 더 양보하는 모습으로 회의에 참여하면 더 좋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개발도상국과 같은 경우에도 단지 선진국에게 역사적인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교토의정서 이후에 경제적 발전과 높아진 위상에 따라서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적응과 감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COP20 회의의 결과를 두고, 단지 물에 가라앉고 있는 합의문을 침몰하기 직전에 인양한 것에 불과하며,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가 직면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매우 비관적인 표현이기도 하지만, 저 또한 이 비유적인 표현이 이번 리마회의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상이라는 것은 말하는 자세보다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귀를 막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면 이는 진정한 협상이 아닙니다.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입장이 되어서 그 나라가 처한 상황,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피해들을 자신이 직접 겪게 되었다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여 그들의 의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양국의 의견을 합치시킬 수 있으면 더 나은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주간 전 세계가 리마 회의에 이목을 집중했습니다. 회의장을 가는 길에서 만난 조깅하는 사람도,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달라'며 리마 회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리마 회의에서 더 많은 진전을 원한다는 목소리를 내주시기도 했습니다.

비록 리마회의는 소극적 합의로 마무리 되었지만, 극한 대립을 보였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합의를 도출한 모습을 보게 되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서로에게 최고의 합의문이 아닐 수 있지만 합의를 도출해 낸 것부터가 큰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합의 내용이 강력하진 않았습니다. 이번 COP20을 뛰어넘어 COP21 파리 회의에서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합의문이 도출되길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협약의 진전을 요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협약의 진전을 요구했다.조솔아

#국회기후변화포럼 #COP20 #파리 #리마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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