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총선 압승... 결단만 남았다?

[주장]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동아시아의 우려... 평화 헌법 개정은 절대 안 돼

등록 2014.12.17 15:58수정 2014.12.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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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동아시아는 기로에 서있다. 일본의 자민당은 오랫동안 평화 헌법 수정을 시도해 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평화 헌법 9조를 수정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수정을 위한 시도를 가속화 시켜 왔다. 지난 14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이 세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 그 본질은?

 아베 내각은 7월 1일 각의에서 현행 헌법 9조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헌법해석'을 내려 '해석개헌'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향한 일본의 행보가 매우 신속하면서도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8일 호주 의회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아베 내각은 7월 1일 각의에서 현행 헌법 9조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헌법해석'을 내려 '해석개헌'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향한 일본의 행보가 매우 신속하면서도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8일 호주 의회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연합뉴스

지난 7월 1일, 일본 내각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정부의 헌법 9조 해석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조치를 취했다. 헌법 9조는 전쟁을 비판하고 잠재적 전력의 유지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일본 내각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 제한을 현저히 느슨하게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가 안전보장 이사회 설립, 방어 지침 개정, 국방 예산의 증액을 추진함은 물론 오랫동안 유지해온 무기 수출 금지마저 현저히 느슨하게 만들었다. 이런 조치들에 이어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조치들도 추가로 진행됐다. 모두 동북아 지역과 국제 사회 내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키우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적극적 평화주의(Proactive pacifism)"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영토 분쟁이나 역사 인식 문제로 긴장상태인 일본과 이웃국가들 간의 관계에 있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언제나 '평화적 국가'일 것이라는 아베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중국과 한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이번 일을 우려스러운 국방 정책의 변화로 보고 있으며, 일본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역사 수정주의와 결합된 일본의 민족주의의 재연이다. 이는 아베 총리 내각 고위 관료들의 도발적인 행동과 수많은 선동적인 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관련 공격적인 발언, 역사교과서 수정, 일본의 전시 행위들을 "침략"으로 보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수정 요구, 신나치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과의 사진,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반한·반중선전과 증오 연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


아베는 "전후 체제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자신의 목적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의 내각 구성은 이 의제를 반영하고 있다. 많은 구성원들이 일본에서 가장 큰 우익단체인 '일본 회의'에 소속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일본 유권자들이 헌법 9조의 재해석에 반대한다는 점,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는 그의 외교나 안보정책보다는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동아시아의 반발

최근 내각의 결정은 아베의 우익 민족주의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행동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199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확장된 일본과 미국의 안보 협력의 문맥에서 고려해야 한다. 

워싱턴은 오랫동안 도쿄에게 동맹의 '완전한 동반자'가 되어 달라고 재촉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집단 자위권 행사 금지는 '동맹의 장애물'이며, 헌법 9조의 제약이 '시대착오적인 제한'이므로 완화되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따라서 집단 자위권을 허용한 일본의 결정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직접적 답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7월, 워싱턴은 일본 내각의 결정을 지역과 지구의 평화와 안보에 더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한걸음이라며 환영하는 메시지를 국방부 성명을 통해 보냈다.

이 발언에 동조하며 아베는 "강화된 미일 동맹은 억제제 역할을 하며 수년에 걸쳐 일본과 이 지역의 평화에 기여하였다"고 재차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한 지역적 반응이 보여주듯이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역시 지난 7월, 중국과 한국은 일본의 평화 헌법 재해석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국영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이 결정을 "위험한 신호"이며, "일본이 전쟁의 공포를 가지고 장난친다"고 비판했다. 한국 국회는 이 결정이 '도발'이나 다름없으며 "군사적 강대국이 되려는 야망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로 해석된다고 반발했다.

BBC가 지난 6월에 실시한 국제 여론 조사를 보면, 주요 동아시아 국가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을 향한 강한 반발심을 알 수 있다. 79%의 한국 응답자가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90%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수치다. 이와 상반되게, 37%의 일본 응답자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는 73%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와 <언론 NPO>가 지난 9월에 실시한 다른 설문조사를 보자. 약 53%의 중국 응답자, 그리고 29%의 일본 응답자들이 2020년 전에 전쟁이 터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증가하는 불신은 아슬아슬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며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 하에 행해지고 있는 일본의 현 전략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의 의문은 커져가고 있다. 영토 분쟁, 역사 문제, 그리고 핵무기 계획으로 인한 일본, 중국,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긴장상태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아베 정권은 이를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정당화 시키는 방법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아직 지역 내의 국가들 간에 무력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강화되고 있는 민족주의와 군국주의 성향은 그와 상관없이 지역 내에서 갈등 구도 형성을 정당화한다. 이는 군비 확장 경쟁을 촉발하고, 단계적으로 실제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 2013년 기준 전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를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감소하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 내의 영토 분쟁과 지역 갈등은 이 지역의 국방 지출을 현저히 상승 시켰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감소해오던 국방비 증감추세가 뒤집어졌다. 2013년에는 중국이 두 번째로 국방비 지출액이 많은 나라가 되었으며 일본이 8위, 한국이 10위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동아시의 긴장감을 분산 시켜야 한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피할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아베와 한중 정상들 간의 짧은 만남은 실속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화 재개에 있어서 고무적인 상징이다. 지역 관계를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냉전 구조에 갇혀 있는 동아시아 지역은, 절망적일 정도로 상호신뢰가 부족하다.

새로운 지역 안보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평화, 인간 안보 그리고 협력의 틀을 확립하는 새로운 역학 구조가 필요하다. 그것은 동아시아에 의한, 동아시아를 위한, 동아시아의 것이어야 한다. 미국 주도의 군사의존적인 안보 접근법과 분리되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구조가 되든, 화해를 위한 진실 되고 조직화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 있어 동아시아는 유럽의 전후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전시 행위들에 있어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역사 문제를 다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여기에는 전범들을 기리는 행동을 자제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구체적 절차를 밟기 시작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전 일본 총리였던 하타야마 유키오의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비전', 중국 시진핑의 '동아시아-태평양의 꿈'을 포함한 모든 계획들은 실패했다. 지역 내 경쟁구도에서 외교적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시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포함하고 상호 협의해야 한다.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6자 회담을 포함한 기존에 있는 틀까지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 슬픈 평화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지난 2013년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 평화헌법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아베 정권이 전쟁포기, 전력보유 및 교전권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악하려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또다시 군국주의 길을 걷겠다는 의시 표시"라며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 슬픈 평화비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지난 2013년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 평화헌법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아베 정권이 전쟁포기, 전력보유 및 교전권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악하려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또다시 군국주의 길을 걷겠다는 의시 표시"라며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권우성

이 과정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9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이 조항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오르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사실이 증명한다. 평화헌법 9조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성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시민 사회는 오랫동안 헌법 9조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과 가치를 인정해 왔다. 현재 긴장상태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고 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무력갈등예방국제연대, 동북아평화교육훈련원, 피스 앤 그린 보트와 같은 다수의 지역 단체들이 노력하고 있다. 헌법 9조에 명시되어 있는 원칙들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한다. 공통의 인간 안보 체제로 향하는 다리를 놓는다. 지역단체들은 이에 미친 긍정적 효과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전 세계가 2차대전 종식 70주년을 기념할 준비를 하는 지금, 동아시아 국가들은 공동의 미래를 위해 공유할 만한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결단을 내릴 때다.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의 악순환은 한정된 자원을 군비 증강 경쟁에 낭비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동아시아를 지역적 혹은 국제적 분쟁의 위협에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길이 있다. 평화와 화해의 길이다. 분쟁 예방, 군비 축소, 분쟁에 대한 비군사적 해결이 가능하다. 일본 평화헌법 9조가 바로 이러한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평화헌법 9조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체제 설립을 가능케 한다. 이를 위한 협력을 장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일본은 평화헌법에 명시된 평화 원칙과 일치하는 진정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대로 주장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키라 가와사키씨와 셀린 나호리씨가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아키라 카와사키씨는 일본의 평화운동단체인 '피스보트(Peace Boat)' 실행위원이자 '평화헌법 9조 캠페인'의 발기인입니다. 셀린 나호리씨는 피스보트와 평화헌법 9조 캠페인에서 국제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제평화운동 단체인 IPB에서 아시아 지역을 맡아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코리아연구원>(knsi.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베 #평화헌법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 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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