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에 들어서자 자랑하시네요~글은 다 못 배워도 수료식했다고 자랑하십니다~
김순희
모처럼 집에서 공부를 좀 하려고 했더니 어머니는 아침부터 고향집에 들를 일 없는지, 지나가는 길은 없는지를 물으셨습니다. 이렇게 말을 돌려 물으시는 건 고향집에 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는 것이지요. 누구보다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정확한 답은 하지 못하고 가게 되면 들르겠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주말마다 찾아오던 큰형부와 큰언니가 일이 있어 못 갔는지 휴일 날, 혼자 계시니 꽤나 심심하신 모양입니다. 그런 마음이 또 짠해서 공부고 뭐고 다 미루고 서둘러 남편과 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잠시나마 가서 어머니 얼굴을 보고 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입니다. 겸사겸사 다른 볼일을 한꺼번에 봐야 할 것 같아 일을 마치고 고향집으로 갔습니다. 사실 갈지 안 갈지 몰라 정확하게 어머니께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향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어머니는 현관 앞에 작은 의자 하나 놓고 앉아 계셨던 것입니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저를 그렇게 점심 먹고 난 뒤부터 기다리신 겁니다.
"이 추븐데 여기 앉아 기다리믄 우야노~"
"혹시나 올까 해서 있어봤다 아이가~"
"안 오믄 우야라꼬~확실하게 답 안 했다 아이가~아이고~엄마~"
"시간 되던갑제~"
"지난주에 왔다 갔는데 이 막내가 그리 보고 잡던교~야~아~"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혹시나 올까 해서 현관 앞에서 저를 기다렸습니다. 매주 거의 일이 있든 없든 고향집에 가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는데, 큰언니가 아니면 둘째언니, 그리고 아니면 작은오빠나 큰오빠, 이렇게 시간이 되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고향집에 들릅니다. 뭐 딱히 언니와 오빠들의 본가나 처가가 시골이어서 일을 해 드리러 가야 하는 그런 상황들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저의 고향집으로 다들 시간되면 찾아오지요. 아마 이것도 젊어서 고생한 저희 어머니의 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농사짓는 자식 하나 없는 게 아쉽다고 말씀 하시지만 그래도 각자 맡은 일 최선을 다해 하고 있고, 다들 모나지 않고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큰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한번씩 어머니를 위로 해드립니다. 한 해 두 해 어머니의 외로움은 깊어지는데 그렇다고 아들네는 결사반대 안 가신다고 하니 답은 하나, 저희들이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뵈러 가는 일 밖에 다른 방법이 없네요.
어찌 되었건 어머니는 방안으로 저를 데리고 들어가서 따뜻한 아랫목에 앉히시고, 뭐 먹을 것을 가져다주겠다며 왔다 갔다 하십니다. 안 먹겠다는 데도 굳이 바구니에 홍시를 한가득 가져오고, 제가 사 간 빵이며, 과자도 챙겨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