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간사 문경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남양주2)이 주최한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 제정 공청회' 모습
문경희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은 사회적 압력에 가장 취약한 분야다. 안정적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막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 제도적 보호막으로 최근 거론되는 것은 지자체별로 학교 시민교육을 위한 조례제정이다.
사회 민주주의와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목적과 내용 및 방법 등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2014년 1월 '서울특별시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하여 민주시민교육의 목적과 내용, 수행 방법을 명시하고 조례를 근거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시민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 조례의 경우는 주로 학교 밖의 시민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다루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학교 안 시민을 위한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었다. 경기도 시민사회단체와 도의원들 사이에 서는 학교 안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경기도 차원의 조례 제정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던 중 이날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한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독일의 연방정치교육원의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강조하였다.
이 공청회를 주관한 문경희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 공청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경위를 설명하며 "의정활동을 하면서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오랜 준비를 거쳐 이번에 조례를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 정치교육 합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조례의 의의와 내용으로 먼저 기조 발제를 시작한 홍승구(흥사단 이사)는 학교 시민교육의 가장 주요한 내용으로 '헌법의 기본 가치와 이념'을 강조하였다. 헌법은 국민 모두가 주권자로서 약속한 내용을 정리한 문서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헌법 조문이 아닌 헌법 조문의 배경에 있는 헌법적 가치와 정신에 대한 이해를 통한 생활 속의 체질화가 목표와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민주시민교육을 하자고 하면 '의식화 교육'이라고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면 인간의 무의식 상태를 식물인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죽은 상태로 의미한다고 하면서 우리 청소년들을 무의식상태로 두어야 하느냐고 반문하였다.
"사람이 자신이 속한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권위에 의해 주어진 대로 인식하고 순종하는 것이 무의식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모순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도록 하는 의식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원칙으로 독일 정치교육의 최소한의 합의 내용인 '보이텔스 바흐 합의(1976)' 내용이 조례에서도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민주시민교육과 조례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한 김원태(모락고 교사)는 2000년대 여러 학자들의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내용과 2011년의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교의 민주시민교육의 난맥상의 지적을 소개하였다. 또 그는 유럽의 국가들이 '시민의 권리를 학생들에게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개혁하고, 새로운 '시민교육'이라는 교과목을 신설한 이유를 우리 사회가 꼼꼼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어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들처럼 필수 교과목으로 '시민교육'이 지정되어 있거나, 중앙 정부 차원의 교육 정책과 시도교육청 차원의 현실적 교육지원 정책이 상호 균형과 협력적 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런 조례 제정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더불어 사는 능력, 사회에 대한 신뢰도의 열악함을 생각해 볼 때 사회문제를 실생활에 비춰 생각하고 학습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교육청과 학교가 민주시민교육의 비전을 정립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이 비전의 공유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단으로 조례가 필요하다.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타 시·도 교육청의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촉진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발표를 마쳤다.
조례 제정에서 더 나아가 민주시민교육원 설립까지 이어져야이후 김유임 경기도의회 부의장과 박승원 교육위원회 의원, 심광섭 장학관(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박선영 교수(한국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 장경훈 교사(당동초)의 토론이 이어졌고 청중석에서도 질의와 토론이 있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김유임 부의장은 학교의 시민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익이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학생들이 교과서 속에 갇혀 있기보다 "사회생활과 관련 있는 공익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젝트형 시민교육이어야"고 주장했다. 경기도 청소년들이 제안한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판매 금지 조례안'을 검토한 경험을 감동적으로 표현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생생한 사회참여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 토론에 나선 박승원 의원은 도교육청 행정감사의 일환으로 각 교육지원청을 방문하여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있는데, 모든 지원청 보고가 획일적으로 똑같은 모습을 보면서 절망스러웠다고 표현하였다.
그는 학교민주시민교육은 "사회를 보는 생각을 키워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학교민주시민교육과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하여 청소년들이 '마을 공동체 만들기'를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 나아가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시민교육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며, 가칭 '민주시민교육원'등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였다.
세 번째 토론에 나선 심광섭 장학관은 현재 학교 민주시민교육이 안고 있는 큰 문제는 형식과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없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도구화 될 우려가 있으며, 일반 시민들이 무관심하며,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였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토론하였다.
네 번째 토론에 나선 박선영 교수는 조례의 명칭이 학교 민주시민교육으로 제한될 경우,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영국이나 유럽평의회의 사례처럼 학교 밖 청소년기관과 연계하여 청소년의 시민성이 실천될 수 있는 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한국은 정치지식 수준은 높으나 실천할 의지나 경험이 없는 머리만 있는 시민을 양산해 낼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유럽에서 가장 늦게 학교 시민교육을 제도화한 영국의 사례를 들면서 "영국도 4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도화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오늘 같은 공청회나 많은 보이지 않는 수고와 열정이 쌓이면 청소년 시민교육이 강물이 되어 흐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격려하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장경훈 교사는 학교 시민교육에서 논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토론 교육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바꾸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답만을 진리로 간주하는 교육 내용을 바꾸지 못하는 한 학교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자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물이 아닌 물결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학교 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는 경기도의회의 이러한 선구적인 조례 제정 노력에 학교 교사로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에서 내년 2월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 앞둔 민주시민교육 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