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안동행위미술제 배너 배너 조차 범상치 않은 행위미술제
권미강
참 낯선 제목이다. '2014 안동행위미술제 - 너울거리는 몸·살'. 미술과 행위의 만남도 낯선데 몸과 살이라니... 거기에 '너울거리다'라니... 전시실 앞에 놓인 십 원짜리 동전을 사슬처럼 만들어 온 몸을 칭칭 감은, 낯선 사내의 얼굴이 이국적이기 조차 했던 배너부터 범상치 않은 전시였다.
벽면에는 행위작가의 공연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있었다. 망사스타킹을 신은 다리 위에 얼음을 올려놓고 다리 한쪽을 치켜세우려는 여성작가의 사진이랄지, 얼굴에 검은 고무줄을 칭칭 감고 좀비처럼 서있는 남자랄지, 피 같은 붉은 물감을 얼굴에 바르며 데드마스크처럼 응시하는 얼굴이랄지...
뭔가 괴기스럽기까지 한 사진들을 더 괴기스럽게 만든 음향이 책들이 전시된 벽면 뒤로 흘러나왔다. 턱... 얍... 아아아아... 이 이상야릇하고 섬뜩한 음향이 포스터들의 괴상함과 어울려 마치 어릴 적 귀신의 집 안에 들어갈 때의 공포처럼 온 몸을 감쌌다.
나는 거기서 자기검열에 빠졌다. 아무도 없다는 무서움과 천장에 매달린 CCTV가 무서워하며 금방 뛰쳐나가려는 나를 누군가 훔쳐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하는 염려 속에서, 되도록 침착하고 세련되게 마치 이런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는 제법 미적 배려가 풍부한 사람으로 비쳐지기를 바란 것이다. 우선 눈과 귀를 두렵게 만드는 것들을 애써 외면하며 벽면에 붙어있는 월텍스트 문구를 하나씩 읽어내려 갔다.
그건 우리나라 행위예술사이기도 했는데 소위 말하는 행위미술, 퍼포먼스아트에 대한 일련의 기록과 사진들이었다. 기록은 당시 신문에 실린 기사들도 있었는데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전위행위를 하다 끌려간 예술가들이 즉결심판에 넘겨졌다는 기사며, 한 여성 행위예술가가 미술관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혼절했다는 기록 등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기록들이 시대별로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 아래 탁자에는 행위예술과 관련된 책자들도 전시돼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잘 알지 못했을 뿐, 우리나라 행위예술의 역사도 현대예술사에서 나름대로 긴 시간을 이어오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다만 다른 장르의 예술과 달리 그것이 때론 인간본성의 원초적이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련의 행동들이 주는 불편함도 있기에 다소 외면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행위예술이야말로 고도로 계획된 개념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