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앞산 안일사 대웅전의 아침 7시 풍경(왼쪽 사진)과, 대웅전 안에서 절을 하고 있는 불신도의 모습(오른쪽)
정만진
새벽 6시 20분, 집을 출발하여 앞산으로 향한다. 1월 1일을 맞아 늦잠을 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멀리 동해까지 달려가는 부산을 떠는 것은 진작에 '과유불급'의 지혜를 남겨준 선현들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일, 걸어서도 닿을 수 있는 앞산이 새해 첫날에 찾을 곳으로는 딱 제격인 것이다.
앞산 중에서도 안일사와 그 뒤 왕굴을 찾는다. 대구에서 일출을 볼 만한 곳으로는 동촌 해맞이공원 등이 유명하지만, 자연의 해만 보면 뭘하나? 1월 1일에 떠오르는 해와, 바로 하루 전인 12월 31일에 떠오르는 해 사이에는 아주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저 사람의 생각속에서만 '새해 일출'이지 사실은 그 해가 그 해인 까닭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이 역사의 강을 타고 녹아 있는 곳을 찾아야 참다운 1월 1일 아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그 적격지가 대구에서는 안일사와 그 뒤 왕굴이다. 안일사는 1910년대 국내 항일 무장투쟁의 중심이었던 조선국권회복단이 결성된 독립운동의 성지다. 뿐만 아니라, 927년 왕건이 견훤군에 대패한 후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숨어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왕굴도 그 당시 왕건이 몸을 숨기고 살았던 곳이다. 반쪽짜리 통일인 신라의 것에 비해 자주적일 뿐만 아니라 국토도 더 넓었던 왕건의 후삼국통일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타올랐던 곳이 바로 안일사와 왕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