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안해야 할 차례"

김정은 신년사,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군사 '근본문제'도 언급

등록 2015.01.01 14:16수정 2015.01.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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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1일 발표한 2015년 신년사에서, 남북간 최고위급 회담 즉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북의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언급' 이례적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軍) 수산 부문의 공로자들을 노동당 청사로 불러 직접 표창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했다(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軍) 수산 부문의 공로자들을 노동당 청사로 불러 직접 표창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김 제1비서는 조선중앙TV가 이날 오전 9시 35분께부터 약 30분간 중계한 육성 신년사 연설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의 정세인식과 대내·외 정책기조를 밝힌 이번 신년사의 후반부에 배치된 남북관계 부분은 상당히 직설적이었고 그 표현수위가 높았다.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하여 분열된 때로부터 70년 세월이 흘렀다"며 남북관계 부분 발언을 시작한 김 제1비서는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전체 조선민족이 들고나가야 할 투쟁구호"라고 강조하면서 최고위급 회담을 직접 언급했다.

김 제1비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남한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라. (북한도)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세 차례 '북남관계 개선'을 언급했으나, 최고위급 회담에 대한 말은 없었다. 2013년 신년사에서는 '북남관계 개선'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남측에서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안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2015년 신년사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천명한 가운데, 북측의 김 제1비서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 정상회담 제안할 차례"..."북, 정상회담 조건 이례적 제시"

하지만, 김 제1비서는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해야 할 것",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며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흡수통일 시도 배제 등 이른바 '근본문제'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신년사는 이같은 근본문제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구조로 돼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김 제1비서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으니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전선부 간 회담이나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를 미리 검토하자'고 제안할 차례"라고 조언했다.

그는 "장관급 또는 차관급 당국회담을 통해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생존자 전원의 생사 확인 같은 결단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남북정상이 만나면 통 큰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 임기가 3년차에 들어가는 올해에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한 골든타임이 바로 올해라는 것이다.

"상반기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첫 관문될 것"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북측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생각된다"며 "이처럼 이례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높은 의지를 밝혔으나, 정치군사문제에 대한 근본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이 명분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은 핵유지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것이 기본기조인데, 이번 신년사는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비핵화와 국제관계 개선 관련 언급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양자의 마찰가능성이 나타난다"며 "핵문제에 대한 갈등이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이번 신년사에 내용을 거칠게 도식화해보면 한미군사훈련 구체적으로는 상반기 키리졸브훈련 관련 남측의 성의표시 → (비공식 접촉을 포함한) 고위급 접촉→장관급 부문별 회담 →정상회담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북이 이런 조건과 프로세스를 제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상반기 한미 키리졸브 훈련 문제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013년부터 3년째 계속된 육성연설에서 김 제1비서는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과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 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 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으며, "뜻깊은 올해 인민생활 향상에서 전변을 가져와야 한다"며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은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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