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 및 인터넷방송 <팩트TV>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영방송보다 종편채널과 상업방송의 신뢰도가 높다.
조민웅
'감시견(watchdog) 기능'을 상실한 저널리즘에겐 기대할 것이 없다. 진실에 대한 갈증이 증폭된 대중은 결국 직접 정부와 기업에 맞서고 진실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그 방편으로 대중은 '실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한다. 부실하다 못해 부재한 언론 덕분에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성장한 꼴이 됐다.
대중들이 실화콘텐츠를 제작·소비하는 이유
실화콘텐츠 양산은 언론의 편파적 보도행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류언론은 사회적 현안을 다루기는 하지만 어젠다 세팅, 프레이밍, 프라이밍 기능을 절묘하게 오용(?)하는 곡예를 부린다.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지상파에서는 '정윤회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판결 당일 MBC <뉴스데스크>는 비선논란 대신 진보당 해산 뉴스에만 23꼭지를 할당했다. KBS <뉴스9>는 12꼭지 SBS <8뉴스>는 각각 10꼭지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 결정"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맞추어 언론은 정권의 비선 의혹을 앞서서 덮어주었다. 권력에 편승한 주류언론은 '의도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 자신의 삶을 왜곡시키는 언론에 맞서 대중은 새로운 '아고라'를 찾고 있다.
새로운 '아고라' 형성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은 영화감독, 만화가, 방송프로듀서, 독립언론인 등 예술가적 지식인들이다. 영화 <제보자>를 제작한 임순례 감독은 "당시 사건의 진위가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우리 사회의 숨어 있는 제보자에 대해 집중하려 했다"며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짚어냈다.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는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완화하는 것이었다"며 시사적 작품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그들은 '시민'으로서 언론이 마련한 '아고라'에서 국가정책이나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독자와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말만 내세울 뿐, 신문과 방송에선 '시민저널리즘'이 제대로 구동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들의 영역에서 영화감독은 실화영화를 만들고, 만화가는 실화만화를 그린다. 정부, 기업, 언론이 보호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자 대중은 '실화 기반 콘텐츠'를 제작·소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