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이희훈
- 당권과 대권 분리론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출마의 자유를 제한하고, 비민주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우리의 목표는 집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대권 후보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정책을 설정하고 국민의 몸과 마음을 섞어야 한다. 3년 남았다고 당 대표 2년 하고 또 대권 후보 하겠다는 것은 한가한 생각이다. 우리 당에는 다른 대통령 후보도 많다. 당 대표가 대권후보를 생각한다면 다른 대권후보의 협력을 받을 수 있겠나?
미국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봐라. 오바마 1기에 성공적으로 4년 동안 국무장관을 하고, 오바마 재선 후 계속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현재 부동의 차기 대통령 후보 1위를 굳히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다. 대선에 패배하자 홀연히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해 DJP연합을 만들어 집권했다.
반면, 이회창 전 총재를 봐라. 대선에 패배하고 홀연히 정계를 떠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성급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당 대표가 돼 손에 피를 묻혔다. 자신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한 조순 전 총재를 몰아냈고, 야당에서 여당으로 온 이기택 전 총재를 몰아냈다. 그리고 박근혜 당시 의원도 못 들어오게 막았다. 결국 대통령 후보는 됐지만, 대통령은 못했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길을 문재인 의원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의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새정치연합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다. 그런데 왜 '이회창의 길'을 가려고 하나? 이것이 굉장히 아쉽다."
- 그렇다면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어떤 정치행보를 할 생각인가? 본인이 대선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내가 대권에 나가겠나?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 되면 내가 국무총리를 하겠나? 박원순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내가 도로공사 사장을 하겠나?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내가 LH공사 사장을 하겠나? 나는 정권교체의 일념밖에 없다. 우리가 집권한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나를 평양 초대 대사로 보내줬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이희호 여사나 일부 지지자들은 당대표가 돼서 대권 후보에도 출마하라고도 한다. 하지만 과욕이다. 마치 문재인 후보가 2017년 대권을 목표로 하면서 당권까지 가지려고 하는 욕심과 같다. 정치인은 그런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 새정치연합은 위기다. 위기 때는 나처럼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착하고 심성 좋은 사람이 해야 한다. 악역을 맡고, 고약한 모습이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 당권을 가져야 한다."
- '6개 지역 비례대표 할당제', '지방의원 국회비례대표 할당제', '청년의무공천제', '공천심사위원회 폐지' 등을 구체적인 공천 관련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우리의 목표는 집권이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에서 48%의 지지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1%의 지분도 주지 않는다. 승자독식이다. 우리가 집권하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 부산과 울산, 경남과 강원도에서 10%씩만 더 받으면 된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리 국회의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활동이 안 된다. 그곳에 두 명씩 비례를 두자는 얘기다. '완전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는 여야가 합의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우리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계파가 없고, 빚진 사람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야권연대, 우리가 먼저 크게 양보해야 한다"- 평소 야권연대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야권의 통합에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만으로 당장 눈앞에 닥친 4월 29일 재보궐 선거와 2016 총선에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야권연대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시절, 15대 총선 때 모든 여론조사에서 새정치국민회의가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야권의 분열로 약 3000표 미만의 차이로 낙선한 사람만 50여 명이 됐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정통민주당이 나와 수도권에서 6명이 낙선했다. 비례대표까지 합하면 7석을 잃었다. 야권은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하고 단일화하면 승리한다. 숙명적인 것이다. 그러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좋지만 극좌와 극우는 배척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극우를 배제하듯이 새정치연합도 극좌와는 함께 할 수 없다. 그래서 통합이 아닌 연대를 해야 한다."
-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야권연대, 후보단일화는 그 실효성이 다 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진보정당에서도 일상적인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정의당과는 그렇게 해야 한다. 먼저 가진 자가 양보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80을 주고 20만 가지더라도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를 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걸 기억한다면 우리가 정의당에게 과감하게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큰 선거에서는 양보를 받아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정부의 공안 관련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단체는 한명숙 전 대표를 고발하기도 했고,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박지원 의원의 방북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북공세와 공안정국에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싸워야 한다. 나는 대북 문제로 참여정부 때부터 탄압받았지만 한 번도 굴하지 않았다. 원칙을 가지고 대북 문제에 할 말은 해야 한다. 북한이 잘못하면 과감하게 꾸짖기도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금 어쩌다가 김대중, 노무현에게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겼나 고민하고, 이제는 절대 뺏기지 말자고 저렇게 치열하게 나서고 있는 거다. 그들의 치열한 투쟁을 우리는 뒷짐 지고 쳐다만 보고 있다. 나는 싸운다. 안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문재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하자고 주장했을 때,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나서 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이 돈 받은 적 없고 깨끗하니까 검찰에 나가야 한다고 할 때,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싸웠다. 이번에 정부에서 나의 방북을 불허했을 때는 누가 나섰나? 문재인 의원이 말 한마디 했나? 지금 이게 새정치연합의 모습이다. 맞서 싸워야 할 때는 안 싸우고, 먹을 게 있을 때만 벌떼같이 몰려드는 모습으로는 승리하지 못한다."
-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또 새정치연합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도 새정치연합이 반대급부를 못 받는 것은 그만큼 실망했기 때문에 그 기대가 신당에 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그분들이 건전한 진보를 표방한다면 신당 창당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지금 우리 당과 정체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신당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가는 게 새정치연합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