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안광한 MBC 사장의 취임식 모습
MBC
안광한 MBC 사장은 더욱 노골적이다. "캐릭터, 브랜드, 테마여행 사업은 올해 자리를 잡아야 하고, 드라미아의 테마파크 개발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지상파 위기가 유료방송 중심의 매체와 플랫폼 확장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MBC의 몰락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미 2015년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비롯해 가상광고, 간접광고, 협찬고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먹거리를 장만해주겠다는 것이다. 그저 모두 돈타령인 셈이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추락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애써 모르는 체하며, 오로지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돈만 안정적으로 확보해준다면 공영방송은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죽음 목전에 두고 단맛에 취한 나그네꼴불교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성난 코끼리를 피하려 황급히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칡넝쿨을 부여잡고 우물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사각사각 소리가 나서 위를 보니까 설상가상으로 붙들고 있는 칡넝쿨을 흰 쥐 검은 쥐가 교대로 갉아대었다.
곧 끊어질지도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칡넝쿨에 집을 짓는 벌에게서 꿀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나그네는 꿀 몇 방울이 더 떨어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위급한 처지도 잊고 단맛에 취한 것이다.
우화에서 나그네는 욕망이라는 꿀맛에 탐착한 중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필자는 현 공영방송 경영진들이 바로 이 꼴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공영성과 신뢰도를 잃은 공영방송의 심각한 위기를 뻔히 알면서도, 일단 방통위가 주는 벌꿀이나 받아먹자고 덤비고 있다.
게다가 사실은 공영방송이 꿀방울을 챙기는 것마저 녹록치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탄받는 방송사를 위해 주머니를 선뜻 열어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수신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광고확대만 해도 그렇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광고 규제 완화로 늘어난 광고는 시청자들은 짜증스럽게 할 게 분명하다.
엉터리 방송을 위해 그러한 불편을 견뎌줄 만큼 시청자는 너그럽지 않다. 당장 시청자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면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거나 중간 광고가 바람직하는 주장을 자사 뉴스로 포장하여 우호적인 여론몰이를 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속이 빤히 보이는 여론몰이 꼼수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유일한 해법, 제자리 찾기공영방송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은 권력과 자본의 대변자가 아니라 건강한 공론장의 조성자라는 공영방송의 제자리를 찾는 것뿐이다. 권력의 눈치나 보는 경영진이 인사권을 앞세워 탄압과 회유로 언론인 정신을 타락시키면 공영방송의 병은 치유되기 어려울 정도의 깊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한 방송을 요구하는 기자와 PD에게서 마이크와 카메라를 빼앗고 그들을 제작 일터에서 내쫓은 행태는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부정한 것이다. 진실보도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찾아 역량 있는 언론인들이 떠나가는 방송사는 참된 공영방송을 실현할 수 없다.
허물어지는 공영방송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시시각각 지나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방송인들 사이에서는 타성에 젖은 패배 의식이 독버섯처럼 퍼져나 갈 수도 있다. 공정한 방송을 하려는 내부적인 의지와 치열한 의식이 시나브로 시들어간다. 달콤한 꿀 몇 방울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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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다' 평가 받은 MBC, 지금이 돈타령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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