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6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박탈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7일 제기했다. 이들은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문주현
-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많은 평가가 나왔지만, 한마디 덧붙인다면? "헌재에서 6-3, 5-4 정도로 해산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8-1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을 때 독재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법이나 상식에 기댈 시기는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이 생각이 났다. 사실 종북 프레임, 북과 내통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극우세력과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말고는 거의 없다.
내가 민원인들이나 도민들을 만나면 웃으며 묻는다. '종북이라고 우리를 부르는데 함께해도 괜찮겠어요?', 그러면 민원인들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냐'고 되묻는다. 정권을 비판하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종북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을 도민들도 알고 있다. 정말 통합진보당이 북과 그런 관계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내뒀겠냐고 위로를 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 8-1이든, 5-4든 해산 자체에 대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가 있나?"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정희 대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언론이 다룰 때 가장 많이 등장한 장면이 바로 이정희 대표가 박정희 정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이다. 명백한 정치 보복이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고 종북이라는 프레임으로 곳곳을 몰아붙였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권 성격 상 정치적 보복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그렇다면 그 파장이 지방의회 의원까지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나?"전혀 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에서 주로 다룬 것은 국회의원과 정당해산에 대한 법리적 심리였다. 지방의원은 정치적 성격보다는 지역민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민주적 자치의 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공통된 인식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방의원들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정당이 강제 해산됐기에 지방 비례의원들도 당연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논리는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개인에게 통보할 생각 없었다는 선관위, 민주주의 무시해"- 이 문제에 대해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지방의원 자격 박탈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했나?"법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도의회에 통지는 했지만, 개인에게는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문제가 있으면 공문을 보내거나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도의회에 알아보라고 할 뿐 어떤 통지도 없었다."
- 그 말은 자격 박탈에 대해 해명하거나 항의할 통로가 없었다는 말인가?"그렇다. 도의회도 나한테 전화로 이런 일이 있으니까 어떻게 준비하라(입장 표명 등)고 하기보다는 중선관위에서 이런 연락을 받아 처리한다는 통보만 받았다. 그래서 중선관위에 전화를 해서 왜 알려주지도 않냐고 물으니 개인에게는 연락할 의사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도민들이 지방자치를 위해 선출한 것인데, 절차도 없이 자격을 박탈했다.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비리가 있어 문제가 있을 때 심의를 하고 해명을 듣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지 헌법재판소 해산이 결정됐으니 공직선거법 규정에도 없는데,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답답할 노릇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시민들이 자기의 입장을 대변해 줄 사람을 뽑았는데, 시민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표 행위 자체에 대해 무시를 한 점이다. 그래서 독재라고 규정하고 싶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지방자치법이 아니다."
- 전라북도만 놓고 볼 때, 이 전 의원은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이다. 이곳은 야당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이들을 견제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수권 세력을 견제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실제로 의원으로 있던 6개월 동안 주로 찾아온 분들이 여기저기 다 호소도 하고, 법적 측면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았던 분들, 소외된 분들이 찾았다. 이래저래 하소연을 하시고 안 되는 거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이야기를 들어줄 통로조차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 이뤄내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정치인이 도민들에게는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이렇게 직접 나와 현장을 둘러보는 정치인이 드물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처음에는 통합진보당이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현장에서 자주 만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일을 할 만하니까 잘렸다는 말을 해준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많은 역할을 올해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중선관위 결정이 아쉽다.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그런 통로가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
- 사례를 설명해달라. "나는 환경복지위원회에 속해 있었고 주로 환경문제를 다뤘다. 전북에는 오랫동안 제기된 환경문제가 많았다. 특히 폐기물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있다. 그동안 많은 의원들이 다녀가기도 했고 제기도 했지만, 체계적으로 제기하고 문제 해결에 근접했던 이는 드물었다. 10년도 더 된 지역 폐기물 문제를 동료 의원들과 함께 해결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됐지만, 제대로 비판을 못했던 전북고속 보조금 문제와 왕궁 축산 및 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도 제기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그런 사례를 듣고 보니 올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았을 것 같다. "지난 6개월은 업무를 익히기 바빴다. 행정과 세금 감시라는 도의원을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작년에 제기한 환경과 복지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전북도의 도움을 받아 익산 왕궁지역에 대한 조사사업을 통해 우후죽순 생긴 폐기물 업체의 문제를 짚어볼 예정이었다. 그리고 노인 복지와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점검을 하고 싶었다. 조사사업은 전북도에서 예정대로 한다고 하지만, 안타깝다."
"당은 해산됐지만, 민주주의 투쟁은 계속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