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MBC
창의력을 키우는 데 왕도는 없다. 나쁜 길만 아니라면 가리지 말고 이런 길, 저런 길 기꺼이 걸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내지?'라는 물음을 갖게 만드는 <무한도전>, 그 중심에 있는 김태호의 결론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대단히 새로운 건 없어요. 창의력이라는 게 제가 살아온 경험이 부딪쳐서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인식과 경험이 만나면서 새로운 생각이 튀어나오는 거죠."이 말에는 창의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단서가 숨어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부딪쳐서 창의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자꾸 부딪치다 보면 그 무엇이든 녹슬거나 마모되기 마련이다. 경험 또한 그렇다. 머리에서 빼 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경험은 명절 고스톱 판에서 일종의 밑천이다. 밑천이 딸리면 '고'를 외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상상력이 감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거나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의 에버노트에 1만4000개의 노트가 저장돼 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든 성취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아나운서로도 데뷔할 뻔한 김태호물론 이어령 선생은 대단히 드문 경우다. 그래서 창의력을 녹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자들이 추천하는 좋은 방법은 생소한 경험에 도전하는 것이다. 멜로물만 보던 사람이라면 액션물을 보고, 된장찌개만 먹던 이라면 인도 음식을 접해 보라고 권한다. 김태호 역시 즐겨 쓰는 방법이다.
2006년이었을 게다. 김태호는 아나운서국에 지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거기 가서 '우리말 나들이'를 연출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도전. 김태호가 아직 <무한도전>과 결합하지 않았을 때이니,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던 조연출이 잠시 일탈을 꿈꿨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생소한 경험에 대한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를 소재로 다루는 미국 리얼리티 쇼다. 패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는 만큼, 일찍부터 눈여겨본 모양이다. 그쪽에 인턴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단다. 2008년이었다고 하니, 그때는 <무한도전>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 엉뚱하기 그지없다.
트위터 프로필에 '커피 공부 중'이라고 박아놓은 적도 있었다.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 공부도 하면서 바리스타 학원도 알아봤단다. "100살을 산다고 했을 때 50∼60대까지 방송 일을 한다고 치면, 그 이후에는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다가 커피를 택한 것 같다", 조국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김태호가 한 말이다. 그가 즐겨 찾는 곳 또한 다소 의외라면 의외다.
미술관 옆 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