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국정자문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회의 첫 회의에서는 정책 관련 자문보다 제1야당을 향한 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꾸려진 자문그룹이지만, 당의 태도와 자세부터 바뀌어야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야당이 야당다워야 제대로 된 여당이 나올 수 있는데, 최근 여러 상황을 보면 야당에 직구를 안 날릴 수가 없다"라며 "자고 일어나면 '건전한 진보'를 위해 당을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질 않나"라고 운을 뗐다.
전 전 감사원장은 "국민이 먹고 살기 바빠서 진보냐 보수냐를 잘 알지 못하는데도 야당은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라며 "진영논리로 싸우는 모습만 전해줄 때마다 국민은 짜증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예로는 규제개혁 등의 현안이 제시됐다. 그는 "야당이 규제개혁의 방향과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골라서 발표해야지 맨날 소리만 치면 뭐하나"라며 "정부가 내건 주요 정책에 야당으로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야당이 서서히 데워지는 가마솥 안 개구리 같다"라면서 "죽는 줄도 모르고 그 안에서 메마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싸가지 없는 정당, 패거리 정당의 모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라며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공무원연금 개혁을 예로 들며 "국민 눈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여선 안 된다, 연금수급자인 공무원들을 향해 '도와다오'라는 식으로 화끈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중도층 강화' 한 목소리... "서민만 강조하고 중산층은 빠져"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으로서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낙균 전 문화부장관은 "제가 민주당에 들어올 때만 해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는데 이제는 서민만 강조하고 중산층은 빠졌다"라며 "기존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일관적인 전략과 정책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진보든 보수든 극단을 주장하면 선거에서 지기 마련이고, 중도를 내세울 때 이길 수 있다"라면서 '중도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정자문회의 구성 자체를 둘러싼 지적 역시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보면 다 옛날 사람이다, 이래서 어떻게 20대의 표를 끌어들이고 수권정당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정 전 장관은 "새누리당은 이준석·손수조 같은 사람들을 위촉해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왔다, 우리도 젊은층의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자문회의에 20·30대를 영입해야 한다"라며 '노장청의 조화'를 역설했다.
김진표 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도 새정치연합이 국민 눈에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고 답답하다"라면서 "지금부터는 우리 당이 당연시해온 많은 정책들을 뿌리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민생과 행복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 실현 가능한지 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국정자문회의는 당의 경제 정책 역량 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꾸려진 자문그룹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고위직 인사들이 주로 참여했다. 의장은 경제 및 교육 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전 의원이 맡았다. 새정치연합이 야당으로서 국정자문그룹을 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에게 의장직을 제안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정당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라며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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