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다>를 아이에게 읽어줬습니다.
강정민
그래서 관의는 스님이 가짜가 아닐까 생각했다. 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관의가 어떻게 공부를 해서 먹고 살게 될까? 어떤 의인을 만나게 될까? 그런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관의네는 일꾼이 없어서 논도 갈지 못하고, 남들이 다 하는 모내기도 못 하고 있었다. 모내기를 마친 논이 많아질수록 관의의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관의를 불렀다. 할아버지는 소를 빌려주겠다며 논을 갈 줄은 아냐고 물었다. 관의는 배우면 할 수 있다고 냉큼 대답했다.
중2밖에 안 된 아이를 믿고 귀한 소를 빌려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의 또한 할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소를 다치게 하면 어쩌나 덜컹 겁이 났다. 지게를 지고 할아버지를 따라가면서 쟁기질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니 그것보다 무거운 쟁기랑 써레를 잘 짊어지고 집에 올 수 있을지 겁이 났다. 막상 해보니 써레랑 쟁기를 지게에 지고 일어서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할아버지 덕분에 관의네는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낙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관의네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이 책을 읽어 주었다.
관의네는 비료를 사야 했다. 비료를 사려면 퇴비장에 퇴비량을 어느 정도 쌓아야 했다. 그래서 관의는 열심히 퇴비를 만들려고 온종일 풀을 베러 산으로 돌아다녔다. 아무리 새벽부터 나가서 풀을 베어 와도 다른 집 퇴비량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비료를 못 사면 농사를 망치게 될까 걱정됐다. 실망하고 있을 때 소를 빌려줬던 할아버지네 형이 찾아왔다.
형은 나무를 베어서 아래에 단을 쌓고 그 위에 풀을 올려 퇴비를 높이 쌓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관의네만 모르고 있었지 다른 집도 다 그렇게 한 거다. 하루 만에 퇴비량을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비료를 살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비료를 살 돈이 없었다.
관의는 돈이 없어서 걱정만 하고 있다가 돈을 빌려줬던 집에 찾아가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비료 포대로 우의를 만들어 입고 세 식구가 나섰다. 먼 길을 걸어갔다. 비를 맞고 찾아갔지만, 그 집도 돈을 갚을 형편이 아니었다. 관의는 점심을 토할 것만 같았다. 그 길로 돌아서 집으로 왔다. 눈물을 흘리면서. 어린 동생은 돌아와서는 며칠을 앓아 누었다. 힘들게 퇴비를 만들었지만, 비료 살 돈을 구하지 못해 비료를 사지 못했다. 그때 관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겨울이 되자 서울에서 형과 누나랑 지내던 아버지가 시골로 오셨다. 겨울엔 내다 팔 것이 없어서 나무를 해다 팔기로 했다. 소를 빌려서 마차에 나무를 싣고 장에 나갔다. 나무 장작을 다 팔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막걸리는 마셨다. 밤은 깊었고 관의는 술에 취한 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가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나? 아버지가 소를 잘 못 몰아서 소가 다치면 어쩌나? 빌린 소를 다치게 하면 배상할 돈도 없을 텐데... 관의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별일 없이 집에 잘 들어갔다. 집에 가니 엄마는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식구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뒤에도 씩씩한 관의의 흥미로운 도전이 계속된다. 서울로 이사를 온 관의는 할 일이 없어 심심했다. 구들 놓는 일을 하는 아버지가 도와줄 일꾼을 쓴다는 말을 들었다. 관의는 일꾼에게 줄 일당이 아까웠다. 그래서 일꾼 대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일을 부탁한 주인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주인집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그 학생이 바로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였다. 얼굴을 알아본 친구와 인사를 나누었지만, 대화가 계속될수록 점점 더 난처해졌다. "학교를 왜 그만두었느냐?"로 시작된 질문들. 그래도 관의는 씩씩하게 밥을 다 먹었다. 언제나 관의는 당당했다. 친구 어머니는 공사비를 아버지에게 줄 때 관의 용돈을 따로 챙겨 주었다. 친구 어머니처럼 관의의 기특한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는 어른들이 많았다.
'관의의 도전과 모험은 언제 어떻게 끝날까?'이런 궁금증 덕분에 단숨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올해 열다섯 살이 되는 우리 집 둘째는 교실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는 삶을 산다. 그래도 아이는 내가 들려준 관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웃는다. 교실 밖에 배울 것은 더 많은데 다른 삶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런 책이 나와서 참 다행이다.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
최관의 지음,
보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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