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의 새들목 개발 중단해야

새들목의 새를 지키기 위한 한 마디

등록 2015.01.21 20:05수정 2015.01.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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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 새를 쫓아다니던 대학 시절 금강은 새들의 안식처였다. 우연히 찾아간 공주 하중도의 버드나무에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던 참수리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이다. 참수리를 떠올리며 자주 들렀던 작은 섬에는 매년 겨울 많은 새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작은 섬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새들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찾아다닌 곳이 2008년 4대강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위기가 찾아 왔다. 다행히 섬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많은 준설로 생태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공주시가 2015년 새해벽두부터 개발하겠다고 나선 새들목 이야기이다.

이런 치명상에도 불구하고 새들목(금강 중간에 있는 섬-공주시 옥룡동)에는 아직 많은 생명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주시의회 이해선 의장은 지난 14일 섬을 방문하여 수영장과 나룻배 등을 띄워 휴양지로 만들어 보겠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공주시는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일반보존지역인 이곳을 친수거점지구(개발 가능)으로 이미 변경을 요청했다고 한다. 개발을 용이한 지구로 변경해 시의회가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주시 하천관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보전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의 길목에서본 새들목 섬 이처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볼수 있는 새들목섬을 공주시는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겨울의 길목에서본 새들목 섬이처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볼수 있는 새들목섬을 공주시는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공주시는 찾아오는 새들이 많아 2012년 시민공모를 통해 하중도에 새들의 쉼터라는 뜻으로 새들과 나들목 어원인 목을 합쳐 '새들목'라고 이름까지 붙였다. 하지만 수영장이 들어서고 휴양지로 개발되어 사람들이 왕래가 잦아지면 더 이상 새들목에는 새들이 찾아올 수 없다.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 같은 일이다.

새들의 가장 큰 천적은 사람이다. 사람들과 격리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새들목에 새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곳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새들을 쫓아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사람과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새들은 더 이상 새들목을 찾을 이유가 없다.

2011년 새들목 섬이의 모습 여름철 섬의 평화로운 모습
2011년 새들목 섬이의 모습여름철 섬의 평화로운 모습이경호

개인적으로 새들목과 그 주변에서 확인한 법적보호종은 14종이다. 참매(천연기념물323-1호, 멸종위기종 2급), 참수리(천연기념물 243-3 멸종위기종 1급), 털발말똥가리(멸종위기종 2급),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4호), 흰목물떼새(멸종위기종 2급),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323-6호, 멸종위기종 2급),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멸종위기종 2급), 큰기러기(멸종위기종 2급),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8호), 말똥가리(멸종위기종 2급), 새매(천연기념물 323-4호, 멸종위기종 2급),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멸종위기종 2급), 새홀리기(멸종위기종 2급).


여기에 금강의 수환경 및 생태계 조사연구의 문헌에 기록된 법적보호종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323호), 원앙(천연기념물327호), 황조롱이(천연기념물323-8호), 말똥가리(멸종위기종 2급), 새홀리기(멸종위기종 2급)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이렇게 다양한 법적보호종 서식이 가능한 것은 첫째 사람과의 거리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게 최대의 장점인 것. 두 번째는 섬 주변의 다양한 지형이다. 섬 주변에 다양한 수심과 지형이 형성되어 생태계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조류 역시 이런 생태계의 일부로 종다양성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서울 한강의 밤섬에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것 역시 사람과의 거리와 다양한 지형 여건이 있기 때문이다.


새들목에 서식하는 법적보호종 새들목에 서식하는 법적보호종을 표시한 지도
새들목에 서식하는 법적보호종새들목에 서식하는 법적보호종을 표시한 지도이경호

'한강에 밤섬이 있다면 공주에는 새들목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곳을 사람들의 휴식처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연의 여건을 감안하여 보전 지역으로 유지시키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휴식처가 공주에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공주의 곰나루에는 이미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규모 공원과 산책로 공연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용객이 없어 매번 찾을 때마다 썰렁하고 겨울에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상황이 이런데 금강에 추가로 휴양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런 필요 없이 개발한다면 또 다른 예산 낭비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하중도를 개발하는 것은 안전이 최우선시 되고 있는 현재 사회 분위기와도 역행한다. 대부분 물이 있는 휴양지들은 여름철에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하중도는 홍수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중도의 다양한 생명은 매년 강이 범람하면서 다양한 양분이 공급된 이후 다시 햇빛과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1~2회 정도의 홍수가 하중도의 생태계에는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서식하는 생물에게는 꼭 필요한 홍수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경우에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4년 대전에서도 징검다리를 건너던 사람이 하류로 떠내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예 하천 한복판에 위치한 하중도의 경우 휴양지를 조성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홍수가 발생하였을 경우, 대비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하중도를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새들의 생태계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안전사회구축과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주시 새들목 섬에 대한 개발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사업 구상을 중단하고 먼저 금강의 생태적인 복원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들목 #하중도 #공주시 #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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