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야심작 '기업형 임대주택', 파고들수록 이상하다

[경제에서 정치읽기 ①] 경제정책은 항상 계급적일 수 밖에 없다

등록 2015.01.28 10:17수정 2015.01.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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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권이든지 그 정권의 경제정책은 정권의 성격이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각종 보고서, 보도자료, 참고자료, 국토부 Q&A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공무원들의 보고서 쓰는 솜씨는 가히 최곱니다. 하지만 그 고급스런 보고서와 보도 자료가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왜? 지금 시기에? 어떻게? 진행될까. 그러다 연말정산 소급적용이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보았습니다. 유래 없이 발빠른 대응이었지요. 의아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대응해? 왜?

다시 말씀 드리지만 어떤 정권이든 그 정권의 경제정책은 정권의 성격이나 환경과 밀접하게 관계 되어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련의 사건에 대한 단상을 씁니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허술한 업무보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업형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고 합니다. 제목이 뉴 스테이(New Stay)라고 불린답니다. 이름은 참 예쁘네요. 그러니까 민간 건설업자들이 '푸XXX 뉴스테이'나 '래XX 뉴스테이', 라는 이름으로 임대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겁니다.

또 원활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도심의 공공부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유택지를 공급하고 금융과 세제지원도 확대한다는 겁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땅이 어디 있는데? 또 그린벨트?'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또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경실련이나 환경운동연합에서 이 기업형 임대사업은 서민들의 주거안정보다는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의 경기진작을 위한 특혜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에게 내는 보고서가 엉망이면 안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차근차근 톺아보겠습니다.


문제점 하나, 땅이 어디 있는데?

아무리 건설왕이라도 집은 땅 위에 짓는 법입니다. 집이 공중부양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땅 값이 문젭니다. 국토부는 이미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 실천방안'에서 이미 건설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땅'을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용지'라고 표현했네요.


아직 팔리지 않은 학교용지라고 하는데, LH공사가 보유한 그 용지가 총 17개이고 19만 5000㎡랍니다. 근데, <헤럴드경제>가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세상에 경기도교육청이 금시초문이랍니다.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의 기사에 의하면 "당황스러울 뿐"이라는 표현을 했네요. 쉽게 말씀 드려서 그 땅은 학생을 수용하고 학교를 지을 땅인데 국토부에서 인터셉트 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해명자료에는 이렇게 써 놨습니다.

"정부는 LH가 보유한 학교용지 중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검토가능 한 부지를 예시한 것이며, 개발가능 규모를 확정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님. 금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미매각 학교용지를 기업형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협의를 거친바 있으며, 부지별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시·도 교육청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임."

아니, 보고서 14쪽에 'LH가 보유한 수도권 내 미매각 학교용지는 총 17개 지구, 19.5만㎡'라고 써놓고 확정적으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니? 글구 교육부는 협의를 거쳤고 교육청은 말도 안하고? 그리고 발표해놓고 앞으로 협의 하겠다? 이거 국토부 보고서와 보도 자료, 해명 자료에 나온 이야깁니다. 제가 임의로 지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런 보도도 있더군요.

한 국토부 산하기관은 보유 부지 면적으로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국토부의 지시를 대책발표 당일에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경제> 권경원 기자, "미흡한 준비에 용두사미 우려" 기사 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발표가 된 것이라서 찜찜한 것입니다. 이제 그린벨트로 넘어갑니다.

문제점 둘, 김대중의 그린벨트 해제와 이명박의 그린벨트 해제

작년 가을에 가수 보아가 남양주시 그린벨트 내 불법 구조 변경행위로 행정당국에 적발되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었지요. 이미 2005년에도 고발된 적이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인데, 아마 북한강변에 있는 상수원보호구역에 괜찮은 별장을 지은 모양입니다. 약 5000만 원의 벌금 냈답니다.

어느 정권이나 주택경기 부양을 목표로 움직이면서 손을 대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그린벨트'입니다. 그만큼 맛있는 '금단의 열매'인가 봅니다. 땅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그린벨트인데, 그린벨트는 이미 '그린(녹색)'이 아닌 '그레이(회색)'가 되었습니다.

이미 작년 3월 12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역에도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 했습니다.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은 집을 짓자는 것이니까 놀랄 것도 없습니다. 뭐, 이미 풀렸는데요.

단, DJ 때의 그린벨트 해제작업과 MB때의 그린벨트 해제작업은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2000년 DJ정부는 '환경평가를 한 후 훼손된 택지를 해제·이용하기로 했다'면 MB정부에서는 '해제 총량부터 늘리고, 지구를 선정한 다음 환경평가를 했다'라는 학계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 MB정부의 기조를 충실히 받아서 진행하는 것이고, 필요한 시기라면 언제든지 풀어 쓸 수 있는 땅, 이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린벨트는 박정희 정부 때 만든 제도입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경관을 보전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를 따져보면 딸 보다는 정적이었던 DJ가 박정희의 뜻을 더 잘 받는 셈이 되는 겁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서초구, 강남구, 노원구의 그린벨트 해제를 명시하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보고서 16쪽에는 "전국 그린벨트 중 해제 가능한 총량(233㎢, 7048만 평) 범위 내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제안한 지역"이라고 진하게 강조까지 해 놨습니다. 돈 벌겠네요.

문제점 셋. 임대료가 월 62만 원이라고? 정말?

국토부에서 제출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 참고자료'의 2쪽에는 임대료 예시 및 거주가능 분위라면서 이렇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예상 월 임대료는 전국은 40만 원 중반, 수도권은 60만 원 내외, 서울은 80만 원 내외 수준

60만 원 내외? 정말? 가능할까? 표도 붙어 있습니다.

 중위 전세가격(종합) 및 기업형 민간임대 임대료 예상(전월세전환율 6% 가정)
중위 전세가격(종합) 및 기업형 민간임대 임대료 예상(전월세전환율 6% 가정)국토부

이 이야기는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보증금 산정 기준부터 말씀 드릴게요. 보증금은 월세의 150배 기준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니까 곱하기 150을 한 것이고, 또 기업들은 월 임대료를 높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곱하기 100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숫자 '× 150'과 '× 100'은 이렇게 해석하면 됩니다.

그럼 임대료는? 임대료는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 통계라는 것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중위 전세가격은 '조사대상 표본 전체를 가격 순으로 배열했을 때 정 가운데 위치한 전세주택의 가격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주택의 중위 전세가격이 2억 4300만 원이고, 이것을 전월세전환률 6%를 적용했더니 보증금 8100만 원에 월세 81만 원(순수월세만 따지면 122만 원)의 임대료가 나왔다는 겁니다.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국, 수도권, 서울과 지방별로 이런 월세가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국토부에서 펴낸 Q&A 3쪽에도 같은 이야기가 씌여 있습니다.

5. 중산층이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을지?

□ 전국 주택종합의 중위 전세값(1.36억원)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보증부 월세 금액을 고려했을 때, 기업형임대주택은 보증금 4,500만원, 월 임대료 40만원 중반이 될 전망이고,

ㅇ 이는 소득 3~4분위에서 지출하는 주거비 부담과 유사한 수준

□ 수도권 중위 전세값(1.85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는 보증금 6,200만원 월세 60만원 내외가 될 전망으로, 이는 소득 5~6분위가 지출하는 주거비와 유사한 수준임

여기서 잠깐! 아무리 눈을 닦고 봐도 이것은 현실성이 별로 없어요. 현재 뉴타운 33평 아파트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 정도 시세인데, 이게 가능하다고요?

비밀은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에 있습니다. 국토부가 인용한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은 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까지 포함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강남에서는 40㎡ 초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3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강북에서는 훨씬 넓은 평수의 아파트는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인 2억 4300만 원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일반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보다 높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한국감정원에서 통계로 정리했다고 그것을 덥석 기준으로 해서 임대료를 산정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월 62만 원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요, 또 가능하다 하더라도 위의 임대료에는 관리비가 빠진 것입니다. 관리비를 포함한다면 '월 임대료=100만 원'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월 100만 원씩은 돈이 나간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유는?

저는 국토부에서 낸 자료와 이를 지적하는 언론 기사를 통해 대략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택지지원에 대한 문제
▲ 또 다시 되풀이 되는 그린벨트 해제문제
▲ 현실과 동떨어진 임대료 문제

그 외에도 분양과 임대를 오락가락 하는 정책의 일관성 문제라든지, 서민주거복지의 외면 문제라든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꼼수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입하고 꼼꼼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이제 실행을 하려 한다는 겁니다. 저는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안을 밀어 붙이는 것이 오히려 뭔가 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정권이 사상 처음으로, 전무후무하게 '서민주거복지'라는 항목을 빼고 아예 처음부터 '중산층'을 운운하는 이 배짱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뭔가 얻는 것이 있으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겠죠? 현재의 전월세 난은 정말 사람들로 하여금 나락에 떨어지게 하는 절망감만 주고 있습니다., 한 달 100만 원씩(아니면 그 이상) 돈 내고 살라는 정책을 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덧붙이는 글 독자 여러분께서 '착한 정치컨설팅'을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경제를 통해 정치를 읽는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방송원고를 기반으로 쓰는데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 글은 '직썰'에도 투고 했습니다.
#경제에서 정치읽기 #기업형 임대주택 #박근혜 정권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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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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