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랄랄라의 옥상텃밭.
이웃랄랄라
"사실 귀찮았어요. 그리고 아무도 안 올 것 같았어요. '쪽팔릴' 것 같아서 지인 두 명을 모아 갔는데 20명이 넘게 온 거에요. 당시는 도시 농업이 정말 생소했고, 이게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생각했죠."시작은 문화기획자인 이정인(36)씨의 아이디어였다. 5평 남짓한 원룸에 살면서 일회용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거나 아니면 라면을 끓이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밖에서 사 먹는 1인가구들. 그들에게 건강한 밥상과 느슨한 이웃 사촌을 만들어줄 계기를 찾다가 농업을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2009년, 희망제작소의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사회창안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리고 2010년 봄, 이씨는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포털에 '1인 가족 에코 네트워크, 이웃랄랄라' 카페를 만들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느슨한 관계망을 만들자는 취지의 슬로건이었다. 당시 참가자 모집을 알리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도시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이 함께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요? 퇴근길에 상추 뜯고 산책길에 방울 토마토 한 줌 따 먹을 수 있어요. 심심하면 '쓰레빠'(슬리퍼) 끌고 나가서 동네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요.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잠만 자는 우리 동네를 푸른 빛의 활기찬 곳으로 바꿔나갈 1인 가족들을 찾습니다."모임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의 카페 옥상에서 이뤄졌다. 20여 명의 20~30대 1인 가구였다. 그들은 스티로폼 상자, 아이스박스, 마대 자루 등을 든 채 어색하게 서 있었다. 가져온 도구로 텃밭용 상자를 만들었다. 텃밭에 넣을 흙은 부랴부랴 인근 성미산에서 삽질해 구했다. 이정인씨의 아버지 차를 빌려 옥상까지 운반했다.
흙이 담긴 상자에 상추·고추·토마토 씨앗을 뿌렸다. '우리가 제대로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어 인천에서 진행된 도시 농업 수업도 받았다. 거름은 뭘 줘야 하는지, 파종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배웠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작물을 돌봤다. 사람들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을 즐기게 됐다. 또 첫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텃밭을 매개로 관계가 시작됐다. "이제 물 줄 때 되지 않았어?"라고 서로 말을 걸었다. 수확한 상추를 핑계 삼아 삼겹살을 구웠고, 농사일을 빌미로 서해의 섬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이씨는 "직장 다니느라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어려웠다"며 "그런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내 몸을 염려하고 지구와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전개 : 불안정한 1인 가족처럼, 떠돌이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