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대안마을> 표지지속발전이 가능한 지역공동체마을 20곳을 소개합니다
이민희
마을연구소 정기석 소장의 <사람사는 대안마을>에 나온 대로 정리하자면 마을 만들기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마을 시민'과 잘 조직된 '마을 기업'이 있어야 한다.
나와 내 동료들의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마을 공동체의 복원은 주민들의 삶과 결합된 구체적인 '일'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그 '일'은 마을 내에서 끊어졌던 사람들간의 연계를 이어주고, 버려진 마을의 자산을 재발견하기도 하며,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벌리고 책임질 '일꾼'의 존재다. 얼치기 귀농인들이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서도 마을의 '가생이'에서 '가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일꾼'으로서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을의 '붐'이 일면서 마을공동체의 가치와 필요성이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보여주기식 경쟁과 행정편의주의로 인한 역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법과 제도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마을 만들기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다. 정 소장은 '행정, 주민, 전문가'의 역량과 자세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무엇보다 마을 만들기를 '생태공원화' 혹은 '농촌관광지화' 정도로 여기는 천편일률적인 사업 모델이 문제다. 오랜기간 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온 주민들을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일시적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마을을 한 번 띄워보려는 '한탕주의'는 마을 만들기를 지속불가능하게 만든다. 정 소장의 표현에 의하면 '재미도, 감동도, 소득도 없는 잔치판'이 마을마다 벌어진 셈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을 만들기의 '개념'과 '방법론'을 수정하는 것이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대안마을이란 무엇인가?
대안마을이란 '1차 친환경 농산물 생산, 2차 농특산물 가공, 3차 도농 교류와 직거래 서비스 등 6차 융복합형 농업 농촌 발전 전략을,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주체적이고 사회혁신적으로 실천하는 지속발전가능한 농촌 지역공동체마을'을 뜻한다. 또 '도시민 체험 관광객 등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구경거리나 놀이터를 만드는 마을 만들기가 아닌, 원주민, 귀농인 등 내부인의 생활과 생존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는 '마을 살리기' 또한 '마을 살이'를 실천하는 마을을 지향한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사람으로서 능히 살아갈 만한 마을'을 말한다. (10쪽) 이러한 대안마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토건적 마을 만들기'에서 '사회생태적 마을 만들기'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로 구성된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 사례들은 이 패러다임 전환의 앞장에 서 있다.
정 소장은 "원주민, 귀농인, 출향인 등의 인간다운 생활과 생존을 보장하는 삶의 질 높이기를 지상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그렇게 '만드는 마을'에서 '사람 사는 대안마을'로 사회적으로, 인문적으로, 문화적으로 진화해야 한다"(9쪽)고 강조한다.
"자생, 공생, 상생하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내 먹을거리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경제적 자생, 협동 생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공생,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더불어 상생하는 마을요."(147쪽) 문화생활공동체를 꿈꾸는 충북 영동군 우매리 '백화 마을' 이성균 추진위원장의 말이다. '백화 마을'이란 백 명의 주민이 백 가지 재능을 백분 발휘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농촌 마을은 농사만을 짓는 마을이 아니다. 농업을 기본으로 하되 농촌의 삶은 지금보다 더 다채로운 어울림이어야 한다. 마을 시민이 운영하는 마을 기업이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가능하려면 '늙은 농민' 만으로는 안된다. 5%의 농민에 95%의 젊은 도시민들이 결합해야 한다.
다양한 재주와 특기를 가진 귀농인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고 공동체를 발전시켜야 '마을이 산다. 간디는 인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70만 개의 마을공화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농촌 공동체가 만개할 때 위기에 몰린 농업도회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농촌과 도시가 만나고 농업을 살리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는 교집합에 '대안 마을'이 있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정기석 지음,
피플파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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