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애꿎은 알바몬이 고개를 숙여야 하나

[주장] 알바몬 '야근수당' 편 TV 광고 중단... 일부 소상공인들의 오독 유감

등록 2015.02.05 19:15수정 2015.02.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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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언급한 알바몬의 텔레비전 광고 한 장면. 소상공인 단체의 항의로 시리즈 세 편 가운데 한 편의 방영이 중단됐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언급한 알바몬의 텔레비전 광고 한 장면. 소상공인 단체의 항의로 시리즈 세 편 가운데 한 편의 방영이 중단됐다.알바몬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알바몬'이 지난 1일 내놓은 새 광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주유소와 편의점, PC방 등 몇몇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광고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알바몬 탈퇴 운동'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광고의 어떤 부분이 이들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알바몬의 새 광고 '알바가 갑이다'는 '최저시급'과 '야간수당', '인격모독' 등의 세 가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법으로 정한 올해 최저시급은 5580원'이며 '야간수당은 시급의 1.5배', '고용주의 인격모독을 마냥 참고만 있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광고를 아무리 돌려봐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최저시급과 야간수당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만 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기 때문. 또한 업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꼬투리를 잡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고용주가 있다면, 그 품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알바몬의 광고는 거의 공익광고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여전히 최저시급과 야간수당 등 법에 보장된 노동조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구직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 내용에 대해 지난 4일 PC방 업주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아래 콘텐츠조합)은 "PC방을 포함한 자영업 소상공인 업주들이 악덕 업주로 묘사되고 있다"며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달 청년들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알바천국'과 함께 구직자 20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8%는 구인공고에 명시된 근무조건과 실제 근무조건이 달랐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여전히 법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알바몬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만 했다 

약 2년 전 어느 공장에서 두 달간 일한 적이 있다. 명절을 코앞에 두고 맞춰야 하는 물량이 늘어 보름 가량은 야간 잔업까지 해야만 했다. 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하는 야간수당이 덜 지급됐다는 것은, 이미 월급 지급이 끝나고 직접 계산기를 두들겨 본 뒤에 알았다. 아무 말도 없던 공장 측에서는 그때서야 '계산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모자란 만큼의 임금을 더 지급해줬다. 이처럼 구직자가 미리 숙지하거나 알아보지 않으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경우는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바몬은 광고를 통해 근로기준법상에 명시된 최소한의 선은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최저시급이 적으니 올려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기준만큼 맞춰달라고 한 것이다. 야간수당은 고용주 마음대로 주거나 주지 않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야간에 일한 노동자에게는 그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옳다고 말한 것이다.

'알바가 갑이다'라는 문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고용주 머리 위에서 횡포를 부리는 갑'이라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당당한 존재'라는 뜻이다. 알바몬의 광고는 결코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누구나 지켜야만 하는 법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한 광고에 발끈해 알바몬 사이트 집단탈퇴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몇몇 자영업자들의 행태는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이다. 스스로 최저시급과 야간수당을 제대로 주고 있지 않으며,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부분에서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고용주라면, 적어도 알바몬의 광고를 보고 분노할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5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야간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음' 등의 세부사항을 광고에서는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일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오독, 유감이다

하지만 최승재 콘텐츠조합 이사장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확산되는 이때 소상공인들을 악덕 고용주로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은 경제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 고용주가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다면, 그래서 최소한의 법적 기준조차도 준수하지 못할 것이라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것이 시장의 질서에 맞는 일이며,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단순히 알바몬의 광고를 탓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바몬 광고 논란은 우리나라를 잠식하고 있는 '갑을관계'의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을'의 입장이기도 한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을'의 위치에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도리어 화풀이 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넓고, 또 조금 더 깊은 시각으로 눈앞의 사회구조를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해외 선진국에서는 초등학생 시기부터 노동과 권리에 관한 기초교육을 진행한다. 독일은 수차례 노사 간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체험해보는 '모의 노사교섭'을 교과서의 주요한 주제로 다룬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중등교육 때 실제 급여명세서를 학습자료로 삼아 근로조건을 교육하기도 한다. 그만큼 노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내용이고, 또 진작 알았어야 하는 내용인 셈이다.

결국 5일 알바몬은 세 편의 광고 중 소상공인들의 가장 항의가 거센 '야간수당' 편에 대해 TV 방영을 중단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한 알바몬의 광고에 대한 일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오독이 정말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알바몬 #소상공인 #아르바이트 #알바 노동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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