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와 걸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악기점 주인이나 패스트푸드점 매니저, 은행원 등의 사연이 함께 녹아들면서 만들어지는 앙상블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신시컴퍼니
캐릭터는 풍성해졌다. 가이와 걸은 원작보다 한층 더 밝고 적극적이며 명랑해졌다. 원작 팬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체코 이민자인 걸이 처한 현실적 여건을 외국인 특유의 한국어 억양으로 시종일관 드러낸 부분이나,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윤도현의 연기가 자칫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원작의 가이드라인인 것처럼 둘의 정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한 대목도 간혹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으로 그 모든 아쉬움은 상쇄된다. 그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불렀던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의 여운은 원작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같았다. 둘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악기점 주인이나 패스트푸드점 매니저, 은행원 등의 사연이 함께 녹아들면서 만들어지는 앙상블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만큼 듣는 즐거움이 시각적 화려함을 대신했다.
극의 결말 역시 반전은 없었다. 피아노를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여자와 불투명한 미래를 그만 놓아버리려 하는 남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만, "난 당신을 모르기에 더더욱 당신을 원한"다는 노래뿐이다.
그러니 부디 이들의 무대에서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사랑이야기나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기대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단지 이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일 준비가 됐다면, 그것으로 한 조각 조그만 위로를 건네받고 싶다면 이들을 찾아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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