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논란 박상옥, TV조선-채널A 태도에 경악

박 대법관 후보 전력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5.02.13)

등록 2015.02.13 18:27수정 2015.02.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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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자질 논란 휩싸인 박상옥 감싸는 데 급급한 보수언론

1987년 검사 재직 당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하 '박종철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뒤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

박상옥 후보자는 1987년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하면서 박종철 사건 수사전담반으로 활동했다. 87년 2월 수사팀은 고문 경찰관 조아무개씨로부터 고문치사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았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87년 5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고문 경찰관이 더 있다고 폭로하면서 2차 수사팀이 구성되었다. 박 후보자는 1차에는 서울지검 수사팀이었고, 2차 수사에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발령받았으나 파견형식으로 고문치사 사건 수사와 공판에 관여했다.

'박종철 사건' 담당 검사로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전력을 가졌다는 점, 이에 대한 공개사과나 반성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는 대법관 자격이 없다. 게다가 박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도 '박종철 사건' 관련 내용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박 후보는 "첨부서류인 이력서의 통상적인 양식에 따라 후보자의 근무처와 근무 기간, 직위만 기재됐기 때문"이라며 고의 누락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민주항쟁의 불을 붙인 군사독재 정권의 대표적인 왜곡· 조작 사건인 '박종철 사건'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밖에도 박 후보자는 1992년 죄 없는 시민을 물고문한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을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처리했다. 반인도적 범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구속수사 하는 게 원칙임에도 불구속 처리한 것은 '봐주기·부실수사'라는 지적이다. 박 후보자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월 형사정책연구원장 재직 당시 수행비서 명의의 카드를 업무추진비로 편법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제청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야당 소속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의원들은 "대법관으로서 사법정의를 실현하기에 부적절하기에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11일 열릴 예정이던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못했다.

반민주적 언론관 및 병역비리·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서 비롯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자질논란 만큼이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독재 권력에 부역한 전력 역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대법관은 사법정의 이행 및 인권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관련내용을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보수신문은 사안의 문제점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조차 않은 채, 박상옥 변호사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한 당시 '막내 검사'였을 뿐이라며 그의 전력을 덮어주기에 급급했다.


경향의 집중 보도 돋보이고, 동아는 사실상 비보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관련 문제점은 경향신문이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보도량은 2월 2일부터 13일까지 경향신문 12건, 한겨레 9건이었다. 그나마 중앙일보가 6건을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3건, 동아일보는 단 2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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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2월 3일부터 13일까지의 관련 보도 제목과 배치면을 기재한 표를 통해 박상옥 사안을 다루는 신문사별 보도태도를 단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표3> 참조)

경향신문이 주요 지면을 할애해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문제를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아일보의 경우 박상옥 후보자 관련 문제만 다룬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동아일보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내용을 다룬 <이완구 청문회 10, 11일로 하루연기>(2/7, 홍정수 기자) 기사 가장 마지막 문단에서 "한편 11일 열릴 예정이었던…연기됐다. 야당은…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구 획정 정개특위' 여야 동수 구성>(2/11, 고성호 기자)에서도 정치개혁특위 관련 내용을 전하며 '인사청문회 개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에 그쳤다. 박상옥 후보자의 전력을 다룬 단신 기사조차도 없었다. 사법정의를 실현할 대법관 후보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외면한 동아일보의 비보도는 은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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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그나마 박 후보자 인권탄압 전력을 주제로 두 건의 기사를 실었다. 그 중 <'박종철 수사' 박상옥 대법관 후보 논란 참여연대 이어 서울변회도 반대 성명>(2/5, 김백기 기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 반대 성명에 대해 상세히 다뤘다. 조중동 중 그나마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도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野,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거부>(2/7, 김아진 기자)에서 관련내용을 다뤘지만 이 이외에는 사실기사가 없었다.

'막내' 강조하며 감싸주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기자칼럼/과연 '막내' 박상옥 후보자가 책임질 일인가>(2/7, 안중현 기자)에서 "박 후보자는 초임검사로 수사팀의 막내였다"며 "통상 말석(末席) 검사는 수사를 주도할 위치에 있지 않고, 선배의 지시에 따라 제한적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한다"고 적극적으로 박 후보자를 감쌌다. 또 "박 후보자에 대한 공격은 이런 검찰의 지휘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며 타 언론과 시민사회, 국회의원의 비판을 '이해 부족'으로 몰고 갔다.

이어 "국회가 박 후보자 보다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5년 선배인 신 전 재판관과 강 전 대법관, 안 시장에게는 묻지 않았던 책임을 이제 와 박 후보자에게만 묻겠다는 것은 과연 공정한 일일까"라며 박 후보자를 변호했다. 반면 한겨레는 <아침햇발/28년 된 '막내 검사'의 응석>(2/11, 박용현 논설위원)에서 "31살의 임관 4년 차 검사가 막내라는 이름 뒤로 숨어들었다니. 그것도 87년 민주화의 기폭제가 됐을 만큼 장삼이사 모두 공분한 고문치사라는 중범죄의 진실을 저버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칼럼은 "검사로서 평생 반성해야 할 일은 은근슬쩍 없던 듯이 감추고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서려 한 박상옥 검사는 28년이 지나도록 응석받이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관련기사 갈무리 (2/7)
<조선일보> 관련기사 갈무리 (2/7)민주언론시민연합

그나마 조선일보의 독자권익위 좌담 보도에서는 조금 결이 다른 내용이 언급되었다. <독자권익위좌담/정부의 우회·편법 增稅에 관심 갖고 계속 보도해야>에서 권익위원의 대화를 그대로 옮긴 기사에서 "최근에는 이완구 총리 후보와 박상옥 대법관 후보가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도대체 인사를 어떻게 하기에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지 답답하다.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을 탓하는데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뭔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서 이렇게  황당한 일이 계속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 언론이 근원적 문제점을 속시원히 파헤쳐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누구는 됐는데 누구는 안 되냐는 중앙일보의 비약 

중앙일보는 <사설/신영철 대법관과 박상옥 후보자의 실망스런 언행>(2/4)에서 "'초임 검사 때인 30년 전의 일을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박 후보자 측의 주장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박 후보자를 두둔했다. 중앙일보는 "대법관 후보자가 된 만큼 과거의 경력을 솔직히 고백하고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의 다짐을 하는 것이 국민을 수긍하게 하는 자세일 것이다"라고 박 후보자의 태도만 바뀌면 될 것으로 언급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기자칼럼/'탁' 쳤으니 '억' 하고 쓰러지라는 박상옥 청문회>(2/13, 조강수 사회2부 부장대우)에서 야당의 인사청문회 보이콧 이유는 박 후보자가 수사에 참여했고, 경력을 누락했다는 것으로 단순하다면서 박 후보자를 위한 강한 변호를 했다. 기자는 "박종철 사건 종결 이후 정 지검장(정구언 당시 서울지검장)은 검찰총장을 신창언 부장검사(당시 형사2부장)는 94년 여야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냈다. 박 후보자가 지금 처한 상황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축소수사검사라는 낙인을 찍으려면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탁' 쳤으니 '억'하고 쓰러지라고 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냐. 박 후보자에게 청문회를 허하라"라고 주장했다. 누구는 무사통과했으니 박 후보자만 억울하게 하지 말라는 비약이 너무 심하다.

한겨레·경향, 후보자 사퇴와 대법원장과 박 대통령의 사과 주장 

경향신문은 <사설/박상옥 후보자, 대법관 자격 없다>(2/4)에서 박 후보자가 수사팀의 말석이어서 외압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사 박 후보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정권의 부도덕한 은폐 시도에 결과적으로 방조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박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또 <사설/박상옥 후보자, 물러나는 게 옶다>(2/9)에서도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본다. 끝내 사퇴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동의 요청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기자칼럼/이완구 박상옥의 시대적 역할>(2/13, 김재중 사회부 차장)에서 또 한번 박 후보자의 문제를 다뤘다. 기자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서 언급하며 " '20대의 경정에 불과했다'(이 총리 후보자)라거나 '막내 검사로서 지휘를 받는 입장이었다'(박 대법관 후보자)라고 말한다. 새누리당도 국보위에 참여했던 고위 인사들이나, 박종철 사건을 맡았던 다른 검사들에게는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막내급인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자는 "이·박 후보자의 선배들이 이후 별탈 없이 고위 공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군부 정권의 유산이 남아 있었고, 그 시대와 그들의 경력 사이의 객관적·주관적 비동시성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군부 정권의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들이 2015년 총리가 돼 행정부를 지휘하고, 사법부 최고기관의 재판관석에 앉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큰 한국 사회의 모순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완구, 박상옥 후보자와 그를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와 비역사성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는 칼럼이었다.

한겨레도 <사설/'고문치사 은폐 검사가 대법관일 순 없다>(2/4)에서 "박종철 사건과 같은 고문과 가혹 행위,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허위자백과 사건 조작은 인권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국가범죄다. 이런 범죄에 눈감고도 반성조차 않는 이가 어떻게 최고법원의 법관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박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이런 인물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법관으로 제청하고 임명 동의를 요청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도 마땅히 사과하고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정의는 생각 않고, 사법공백만 우려하는 MBC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이 사안은 더욱 소홀하게 다뤄졌다. 관련 내용을 가장 많이 보도한 것은 SBS  2건이다. JTBC와 KBS가 각각 1건씩 보도했고, MBC는 1.5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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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1.5건 보도한 MBC는 내용이 문제였다. 처음엔 스포츠 뉴스 전 마지막 꼭지로 <단신/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파행>(2/5, 28번째, 단신)을 다루며 청문회가 파행됐다는 것만 전했다. 그러더니 이튿날 <청문회 무산 사법공백 또 오나?>(2/6, 21번째, 윤지윤 기자)에서 기자는  "특히 박 후보자가 1987년 1월 최 말석으로 수사팀에 참여한 뒤 5일 만에 수사가 끝나 지방 발령을 받았고, 2차 수사 때는 파견 8일 만에 사건이 대검으로 넘어가 업무관여 날 수는 15일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초임 검사가 사건을 축소할 수 있겠느냐며 청문회를 열어 해명도 듣고 사실관계도 파악하자고 촉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길게 새누리당의 해명을 전한 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의 "상부의 수사진행 상황 정보보고 등 행정적 사항을 맡을 정도의 역할만 했다고"라는 발언까지 담는 MBC 보도는 한마디로 박 후보자를 감싸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또 청문회 일정은 여야 원내대표가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며 야당의 거부는 막연한 주장만으로 청문회제도를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라고 야당 태도만 비판했다. MBC의 눈에는 사법 공백만 걱정이고, 사법정의는 문제로도 여겨지지 않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MBC<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2/6)
MBC<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2/6)민주언론시민연합



침묵으로 일관한 TV조선, 채널A 부끄럽지 않은가 

SBS는 방송사 중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관련 보도로 2건을 방송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에서는 비판적 지적 없이 1건을 보도한 KBS․JTBC와 큰 차이가 없었다. 

SBS는 <'박종철 사건 수사 경력' 누락 논란>(2/3, 19번째, 진송민 기자), <野 "후보자 사퇴해야"..청문특위 '파행'>(2/5, 3번째, 조을선 기자)에서 단순 사실 보도에 그치기는 했지만, MBC와 달리 제목과 리포트에서 '박종철 사건'을 언급했다.

KBS는 2월 5일자 <"박종철 사건 수사 은폐…사퇴해야">(2/5, 10번째, 김기현 기자)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수행비서 법인카드를 편법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지만, 1건이라는 보도량과 10번째 방송 배치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종편 방송사 중에서는 JTBC가 <박상옥 '부적격 논란' 증폭>(2/06, 6번째, 이주찬 기자)로 관련 보도를 했다. 나머지 TV조선과 채널A는 단신을 포함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JTBC는 방송사 중 유일하게 '박상옥'과 '부적격'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배치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부적격'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가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보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언련 #신문방송모니터보고서ㅓ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자격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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