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등임처"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 출발해야 하고,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김대오
100m도 안 가 공자가 태산을 오른 곳이라는 공자등임처(孔子登臨處) 표석이 나타난다. 1560년 명대 건립되었다가 문화대혁명 때 파손된 것을 복원한 것이다. 좌우로 제일산(第一山), 등고필자(登高必自)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중용>의 "등고필자비, 행원필자이(登高必自卑, 行遠必自邇)"에서 따온 말로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 출발해야 하고, 멀리 가려면 필히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자는 삼십대 중반에 한 번, 그리고 말년에 안회 등 제자들과 함께 또 한 번 태산을 오른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 태산을 오르며 제자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하는데 산행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태산을 하나의 디자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소품들을 배치해 태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공자등임처 석방 왼쪽으로 홍문궁이 있는데 원래 도가 사당으로 서쪽에 태산여신 벽하원군(碧霞元君)을 모셨으나 후대에는 동쪽에 태산미륵불까지 모셔 유불선이 하나로 통합된 양식을 보여준다. 하늘 계단이라는 천계(天階) 석방을 통과해 비운각(飛雲閣) 누각이 있는 홍문을 지나니 측백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산길이 나오며 등산의 맛을 약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태산의 남쪽 등산로는 천계 석방이 암시하듯 온통 계단길이다. 일천문에서 남천문까지 모두 6666개의 계단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하늘에 걸쳐 놓은 사다리'라고 한다. 계단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을 위한 '태산 한국길'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일단 천계를 정복한 후로 미루어 놓는다.
우측으로 계곡이 있는데 취심원(醉心園)이라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공자가 산에 오르며 양파 모양으로 층층이 둥글게 갈라진 바위를 보고 술에 취한 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산은 곳곳에 수십억 년 전의 독특한 지질 현상들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