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얼마나 줄까요? 적당히 주세요.
오창균
농사는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농사를 할 땐 반드시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 밭의 환경과 작물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각을 길러야 한다. 작물에 물 주기도 그 중 하나인데, 이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작물의 곁순과 성장순을 관리하는 것으로 영양과 생식성장을 조절할 수 있다.
[관련기사:키우거나 자르거나... '선택'해야 하는 농사] 그리고, 물과 양분을 조절하는것도 중요하다. 물은 작물의 성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얼마만큼 줄까요?"라고 물을 때 "적당히"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작물마다 차이가 있고, 농사 짓는 흙마다 물을 줘야 하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작물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과 손길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확하게 계량된 수치를 제시할 수도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농사를 짓던 밭은 떠나 낯선 환경과 흙에서 농사를 짓게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일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내 경험으로 보면, 물과 양분은 넘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것이 작물성장에 유리하다. 그러나 물을 많이 필요한 때에는 충분히 주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중단해야 한다. 그 때를 아는 감각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몸으로 인지할 수 있다.
뿌리가 활착될 때의 수분공급은 아주 중요하다. 물을 얼마나 줘야하냐고 물었을 때 '적당히'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밝혔듯 작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나 들깨(모종)와 같은 작물은 비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심어야 활착이 잘 된다. 작물은 어느 정도의 적당한 조건을 조성해주면,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적응하기 위한 몸살을 겪으며 살아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활착을 한 다음이다. 스스로 물과 양분을 찾아낼 수 있는 단계에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보살피면, 작물이 연약해진다. 잦은 물주기와 많은 양분은, 작물이 흙 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표토층에 물과 양분이 모여있으면, 작물은 힘들게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