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해고일기> 표지사진.
오월의봄
지난 2월 출간된 <이창근의 해고일기>는 이창근씨가 2011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글과 사진도 들어 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은 2014년 12월, 그가 굴뚝에 오르기까지 3년간의 기록이다.
'경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시작된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곧 옥쇄 파업을 불러왔고, 강경 진압이라는 끔찍한 결말을 낳았다. 그럼에도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자본의 논리와 공권력에 무자비하게 짓밟힌 아픔에 26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대하는 정치권과 기업의 태도는, 어느 한 사업장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노동 현실이 어디쯤 향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안이기도 하다.
쌍용차 문제는 한국 사회 아픈 단면이다. 함께 머리 맞대고 풀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법의 흠을 사회가 메워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본문 401쪽 중에서)테이저건과 최루액을 사용하는 등 용역과 경찰 병력이 기업의 편에서 노동자를 '사냥'하듯 몰아가는 당시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해고의 부당성과 기술 유출에 항의하던 사람들은 보수진영과 언론에 의해 순식간에 '불순분자'로 낙인 찍히는 상황. 본문을 읽다 보면, 차마 다시 떠올리기 힘든 기억을 써내려간 저자의 애절함이 와 닿는 것만 같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고 노동자가 써내려간 일기는 한국 사회가 겪은 사건들을 압축해 보여준다. <오마이뉴스>,<프레시안>, <시사인>, <경향신문>, <한겨레21> 등 많은 매체의 지면에 실린 이창근씨의 글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을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문제로 연쇄 파업을 벌였던 여러 언론의 상황과 더불어 밀양, 울산으로도 시선이 향한다. 지난해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도 빠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