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첵을 조롱하는 '갑'질 3인방. 왼쪽부터 의사(김인수), 군악대장(유일한), 중대장(박우열).
문성식
주인공 보이체크는 만난 지 2년 되는 아내, 갓 나은 아기와 함께 사는 가난한 가장으로 군에서 중대장의 온갖 잡무를 처리한다. 돈을 더 벌려고 의사의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완두콩만을 먹으며 버티던 중, 자신이 당나귀라고 생각하는 정신착란 증세에 점차 빠진다.
삶이 무료한 아내는 군악대장과 부정을 저지르게 되고 중대장이 알려줘 알게 된 보이체크는 결국 그녀를 호숫가로 데려가 칼로 찔러 죽인다. 박사, 중대장, 군악대장 모두에게서 조롱을 받으며 "가난"해서 모든 것을 잃게 된 한 나약한 인간의 어두운 삶이라는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기며 극이 마무리된다.
간결한 연출 덕분인지, <보이첵>은 어떤 장르로 표현하든 어려운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이번 작품을 관람 후 깨졌다. 이번 연극은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공감가는 이야기로 채워졌는데, 다섯 명의 등장인물은 시적이고 반복적인 대사와 정확한 동작으로 주인공 보이체크의 상황과 변화와 살인의 과정에 공감하게 된다.
주요배우 다섯명 김인수(의사), 박우열(중대장), 신동선(보이체크), 한설(마리), 유일한(군악대장)의 깔끔한 연기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마리와 군악대장의 탱고, 마리를 설레게 하는 군악대의 음악소리, 마리와 보이첵을 위협하는 음향으로 변모한 군악대의 음악소리, 보이체크가 마리를 죽일 때의 섬뜩한 고음의 글리산도 효과 등등. 복잡하지 않지만 중요한 곳에서 극의 맥을 정확히 표현하는 20개 장면의 음악과 음향효과도 눈길을 끌었다(음악 박진영 음향 이상규).
한편, 극단 노을의 차기작품은 작 손톤 와일더, 번역 및 예술감독 오세곤, 연출 이신영의 <금천구 시흥동 2015번지>이다. 극단 노을의 <보이첵> 연극을 보고나니, 다른 연극들도 좀 간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첵>을 어렵다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이틀 남았으니 꼭 한번 와서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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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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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빚어낸 비극의 절정과 소극장 연극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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