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불껐지만, '대선주자급' 행보 우려

[이슈분석] 문재인 대표 취임 한 달... 당 혁신은 어디로

등록 2015.03.08 09:41수정 2015.03.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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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정치연합의 신임 당 대표 문재인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이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신임 당 대표 문재인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이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누가 이 당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 신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 경선 당시 내건 슬로건이다. 그는 자신이 '이기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 자신했다. 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끝내고 내부를 정비해 다음 총선·대선을 승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였다. 핵심 공약으로는 공천제도 개혁, 지역분권화, 정책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문 대표 취임 한 달, 당 혁신은 얼마만큼 진행됐을까.

혁신 추진단 구상... '공천개혁' '지역분권' 핵심

문 대표의 혁신은 당직 인선에서 시작됐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의 좌장 격인 그는 취임하자마자 '탕평'을 기조로 내걸고 계파를 아우르는 인물들을 기용했다.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의 주요 당직에 '비노' 진영 의원을 기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계파갈등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사 마무리 단계에서 잡음을 일으켜 '반쪽짜리 탕평'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공천 실무 요직인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 쪽은 효율적인 당 운영과 강도 높은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인사였다고 해명했지만, 당내 비주류 쪽에선 특정 계파의 이해가 반영된 인사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승용 최고위원은 김 의원 인선에 반대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조직부총장 자리에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관영 의원을 내정해 논란을 잠재웠다. 막판까지 탕평 기조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한 차례 잡음이 생기긴 했지만 인사 구성 비율로 놓고 보면 비노가 다수 아닌가"라면서 "'친노패권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상 잠재웠다, 계파갈등 해소의 첫 단계를 무사히 넘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계파 청산을 위한 주요 과제인 공천제도 개혁은 현재까지 구상 단계다. 조만간 공천제도혁신추진단을 꾸려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 때 '시스템을 통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약속했다. 총선 1년 전에 규칙을 미리 정해 국회의원 후보 자리를 둘러싼 당 분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표는 추진단을 통해 오는 4월 안으로 2015년 총선 공천 규칙을 미리 확정할 계획이다. 


공천제도혁신추진단의 단장으로는 박영선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직접 박 의원을 두 차례 만나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 영입 문제는 최고위원 중 일부가 반대해 결정이 유보된 상황이다.

지역분권화 역시 지역분권정당추진단을 꾸려 세부적 이행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단장으로는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을 발탁했다. 문 대표는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추진단을 통해 중앙당에 집중된 권한을 지역 시·도당으로 이양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인사권과 재정권 등을 일정 정도 분산시켜 당의 뿌리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월 1회 지방자치단체장, 기초·광역단체장 등과 최고위원 연석회의를 개최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책기능 강화도 당 혁신 공약 중 하나다. 특히 문 대표는 지난 경선 때 당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경제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취임하자마자 유능한 경제 정당을 핵심 모토로 내걸고 경제 정당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 초반에는 야당 대표로서 이례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했고, 최근에는 '경제정당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중소기업 등을 찾아 현장 민원을 청취했다.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정부·여당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직접 민심을 탐방해 전해들은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정책과 법안을 만든다는 게 대표의 의중"이라며 "민주정책연구원 산하에 경제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준비운동 잘 마쳐" vs. "당 보다는 대표만 부각"

a  지난 2월 16일 이완구 총리 인준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이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16일 이완구 총리 인준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이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 ⓒ 남소연


문 대표가 한 달 동안 추진·준비한 당 혁신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무난하게 출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문 대표가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내면서 혁신 로드맵을 어느 정도 짜둬서 초반 작업이 수월히 진행된 편"이라면서 "기구 구성과 인선, 방향 등을 이미 정해놨기 때문에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인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쓸 데 없는 분란의 여지를 없애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내부 의욕을 북돋은 건 혁신 정비작업으로서 의미있다고 본다"라면서도 "하지만 준비운동을 두고 혁신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구상을 실현하느냐를 두고 진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기능 강화 과제를 두고는 혁신 속도가 미진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문 대표는 아직까지 민주정책연구원으로부터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다. 연구원 또는 정책위원회와 혁신 방향을 두고 공식 회의를 진행한 적도 없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정책 대안 정당이 되고 싶으면 당 정책기구와의 작업부터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장은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 내용은 백지상태"라며 "민생탐방에 앞서 경제 분야 인재 영입이나 씽크탱크 강화에 집중하는 리더십부터 보여줬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탕평 인사나 민생 탐방 등의 혁신 행보가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당 대표보다 대선후보의 행보에 더 가깝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당의 일선 기구와 조직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휘하는 게 당 대표의 역할인데, 최근 문 대표의 행보를 보면 당보다 본인을 더 부각하려는 듯하다"라며 "계속 이렇게 가면 대표 혼자만 살아남을 뿐 당의 혁신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당 대표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자리다, 당 전체가 협주로 아름다운 교향악을 연주하게끔 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며 "당장의 지지율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제 기능을 못하는 당의 구석구석을 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표 쪽은 "외부에서 당이 지지를 받아야 내부에서 혁신할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국민과의 접촉을 늘려 신뢰를 얻은 다음 본격적으로 혁신을 구체화한다는 게 대표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우리 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라며 "대표와 대선 후보 역할의 병행에 성공하는 게 문 대표의 과제"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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