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경장은 조한경 경위의 박종철 구타행위를 증언했지만 박상옥 검사는 더 추궁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구타가 있었다'고 진술받고도 더 이상 추궁 안해 박상옥 검사는 5월 21일과 23일 각각 반금곤·이정호 경장과 황정웅 경위를 신문했고, 이들은 물고문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이승훈 신부의 폭로(5월 18일)가 있었기에 범행을 부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경장은 강 경사 진술과 달리 "강진규가 욕조에 들어가 두 손으로 박군의 머리를 눌러 물속에 넣었다 빼었다를 몇 번 했다"라며 물고문의 주범을 강 경사에게 떠넘겼다. 반 경장의 또다른 진술이다.
"박종철군의 머리를 물 속에 처놓고 있는데 박군이 반항도 하지 않고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황정웅이 강진규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질렀으나 강진규는 바로 놓지는 않았고,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들자 욕조 밖으로 끌어냈다."이정호 경장은 물고문에 가담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강진규, 반금곤, 황정웅 세 사람이 박군을 욕조에 집어넣을 때 (박군의) 발을 든 사실이 있다"라며 진술했다. 그는 "저는 본의 아니게 박군의 다리를 한번 들었다가 박군이 죽게 되어 억울한 마음이 있다"라며 "저는 시키는 대로 거들었을 뿐이고... 저는 근무한 지 3일밖에 안됐고, 같은 반도 아닌데, 그날 일찍 출근한 이유로 가담하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정호 경장은 물고문 외에 구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박 검사가 "조한경과 강진규가 조사실에 들어와서 무엇을 했냐?"라고 묻자, 이 경장은 "조한경이 화를 버럭 내며 의자에서 일어나 '혼 좀 나봐야 알겠어, 여기가 어딘 줄 아냐?'고 하더니 박군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가슴을 2회 정도 쳤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박 검사는 "조한경이 주먹으로 박군의 가슴을 때리던가요?"라고 캐물었고, 이 경장은 "주먹인지 손바닥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아무튼 2회 정도 가슴을 푸싱했다"라고 답변했다. "물고문 외에 구타행위는 없었다"라는 검찰의 1차 수사 결과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었다. 하지만 박 검사의 추궁은 거기서 그쳤다. 박 검사는 1차 수사 때도 강 경사에게 "위와 같은 폭행(물고문 과정에서 이루어진 폭행)말고 박종철 때리거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폭행한 일이 있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강 경사가 "조한경이 박종철을 때린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하자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2차 수사에서도 '윗선 보고-개입'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박 검사는 2차 수사에서도 '윗선 보고-개입'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강진규 경사와 반금곤 경장 신문에서는 '윗선 보고-개입'과 관련해 제대로 된 질문은 없었다. 2차 수사를 통해 사건 축소·은폐를 확인한 이상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로 사건을 축소·은폐하자고 결정한 '선'이 어디인지, 이러한 모의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를 추궁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박 검사는 이정호 경장 신문에서 "상사들을 만난 일이 있는가?",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지만, 이 경장이 "없다", "조한경이 짠 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라고만 답변하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황정웅 신문에서도 "(최초) 보고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상급자들은 알고 있었나?", "사고 후 상급자들과 이야기한 일이 있나?"라고 묻는 데 그쳤다.
다만 박 검사는 황정웅 신문에서 처음으로 '전석린 단장'(치안본부 대공수사 2단)을 입에 올렸다. 그는 황 경위가 '계장'이나 '과장' 정도만 언급하는 데 그치자 "위 상급자들 외에 전석린 단장이나 그 위상급자를 만난 일이 있느냐?"라고 추궁했다. 이것도 이틀 전(5월 21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사건조작을 담당하고 연출한 사람들은 전 대공수사 2단장 전석린 경무관, 5과장 유정방 경정 등이었다"라고 폭로한 데 따른 '형식적 확인'에 불과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황 경위가 "없다"라고 답변하자 박 검사는 더 이상 '윗선 보고-개입을 캐묻지 않았다. 검찰은 사건 축소·은폐에 깊숙이 관여한 강민창 전 본부장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988년 2월 강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해 '윗선'과 관련한 부실수사를 스스로 인정했다.
1·2차 수사기록을 보면 박 검사가 과연 '윗선 보고-개입'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결국 1차 수사가 경찰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추인하는 정도에 그친 것처럼, 2차 수사도 김승훈 신부의 폭로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박처원 치안본부 5처장과 유정방 5과장, 박원택 5과 2계장을 범인도피죄로 구속한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5월 29일 2차 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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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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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검사, '추가 고문경찰' 집요하게 추궁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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