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협과 산림조합 조합장 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지난 2월 26일 오전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농협개혁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조합장 후보자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은 하원오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윤성효
경남선관위는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모두 96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금품살포 등 22건에 대해 고발조치하고, 6건은 수사의뢰 했으며, 3건은 이첩, 65건은 경고조치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보다 돈 제공 행위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천병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은 "선관위가 선거업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사법당국이 돈살포 행위에 대해 수사하면서 이전과 비교할 때 많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합장 선거는 개선해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선 조합원들이 후보의 정책이나 자질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장 후보들에 대한 정책토론회나 유세가 없이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후보를 변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할 경우 '깜깜이 선거'라 하는데, 이번 조합장 선거가 그랬다.
천병한 사무처장은 "조합원들이 후보를 변별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폐쇄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그래서 정책토론회나 유세는 어느 정도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부장은 "후보 검증 기회가 전혀 없는 선거였다, 후보들의 호별 방문도 할 수 없도록 했다"며 "후보의 정책이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후보 출마 조건도 불공평하다는 것. 서진호 지부장은 "농협 등에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선거에 출마하려면 3개월 전에 사직해야 하지만, 현직 조합장들은 그렇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같은 시기에 현직 조합장들이 사퇴해서 같은 조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와 조합원 자격도 문제라는 것. 천병한 사무처장은 "출마조건에 후보는 겸업을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여부를 형식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며 "도시에서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 조합원 자격을 주고 있는데, 최소한 선거를 1~2년 앞두고 조합원 자격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순수 농민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현직 조합장 '물갈이' 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 경우 70% 정도가 물갈이 됐다. 이에 대해 천병한 사무처장은 "현직 조합장들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금권선거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