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롱의 물은 얼어 있었다... 너무 추웠던 고산지대.
최하나
결국 우리는 이날 동행하다시피 했다.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 고맙다는 마음이 컸다. 요즘처럼 셀카봉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저 서로에게 말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낯선 사람으로 남았을 것이다.
"전기장판 좀 구해주세요."아름다웠던 주자이거우를 뒤로 하고 우리는 그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추위 때문에 고생했던 악몽 같던 어젯밤이 떠올라 가이드 아저씨를 붙잡고 사정을 했다. 귀찮아하던 아저씨는 결국 낡은 전기장판을 내 침대 위에 던져주고 갔다. 점점 열악해지는 숙소 사정에도 불구하고 위안이 되는 밤이었다.
그 다음날 투어를 하게 된 황롱은 날씨 때문에 물이 많이 얼어있었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나는 결국 중간에 내려와 버스 안에서 얼은 몸을 녹이며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여행의 막바지에는 기념품 가게를 몇 군데나 돌았다. 실적이 시원치 않았는지 가이드 아저씨는 자꾸만 마지막이라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나도 사야 하나?'물가가 싼 중국이기는 했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물건은 제법 가격이 나갔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사정 때문에 나는 불안해졌다. 하지만 중국 아주머니들은 한국에서 온 아가씨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보호해줬다. 덕분에 나는 불편한 권유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 팀에 껴서 오기를 잘했어.'아프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니 그들이 꼭 내 가족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찡했다. 청두로 돌아와서도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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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 있었으면 모르는 사이로 남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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