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犬公)도 자기 동네에서는 50%는 먹고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서산 지역에서는 남의 동네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서산 H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100여 명의 지역 레미콘 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서산 지역 업체도 공사에 참여하게 해 달라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고, 그것도 어려우면 중소기업 레미콘 업체라도 포함해 달라는 것이었다. H건설은 이번 공사 과정에서 서산 관내 8개 중소기업은 배제하고 발주 업체 4곳 모두를 대기업으로 결정했다.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자 H건설은 음암 지역에 있는 지역 업체 한 곳을 공사에 참여하게 했다. 하지만 이 기업 역시 시멘트 회사를 모기업으로 한 대형 레미콘 업체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관내 아파트 공사에서 지역 업체가 50% 이상 참여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해당 H건설은 서산시의 지역 업체 선정 협조 요청에 지역 업체 선정을 한곳 정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지난 3월초 밝혔으나 지난 12일 현재 서산시에 문의한 결과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서산시가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삼고, 전 행정력을 동원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서산 지역 일용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아직 한겨울이다. 얼핏 보면 대형 플랜트 공사의 영향으로 많은 근로자가 눈에 띄고는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곳에서도 외지인 고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처지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지역 문화 예술인도 이와 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동일한 수준이라도 대부분 타 지역 예술인이 지역 예술인보다 높은 개런티를 받는 경우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대우는 이벤트 회사는 물론 행정 과정도 마찬가지라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현상의 근간에는 지역이 중앙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일정 부분 질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플랜트 건설 현장의 경우 울산이나 여수 등에서 다년간 노하우를 축척한 업체가 지역 업체보다 기술력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인력을 운영하는 주요 요소가 순수한 기술력 차이가 아닌 인맥과 지역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지역 근로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배관 분야 노동 조합원 중 4분의 1정도만 서산·태안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레미콘은 플랜트 건설 현장보다 더 심한 경우다. 레미콘 업계의 특성상 업체 선정의 주된 요인이 특별한 기술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사 현장과의 인접성 등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 경기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부나 지자체가 상생 발전을 외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레미콘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문아무개씨는 "인근 한 지자체의 경우 타 지역 업체를 너무 심하게 배척해 문제인데 서산시는 강제할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역 업체와 근로자가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힘으로 안 되면 해당 업체에 가서 읍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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