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유달산 정상 절벽에 새겨진 홍법대사상. 누군가 진한 색칠을 했다.
이영주
지역학계에서는 일제시대 문화유산의 보존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익명을 요구한 목포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우리는 일제의 '흔적'과 '잔재'를 혼동해 종종 실수를 하는 것 같다"며 "역사의 흔적은 잘 보존하여 반면교사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쾌하다고 해서 역사의 흔적을 깨부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제시대 유산을 모두 없애면 어떻게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겠나"라며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일본말투, 일본식 행정용어, 일본식 제도 등이야말로 없어져야 될 일제잔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법대사상이 갖는 불교사적 가치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지역 향토사학계에 따르면 홍법대사는 당나라 때 중국유학을 마치고 일본 고야산 일대를 중심으로 불교를 전파한 인물이다.
일본 고야산 일대에는 그가 창설했다는 사찰 유적지 88곳이 남아 있는데, 일본 승려들이 수행을 위해 이용하는 필수코스다. 그야말로 일본 불교의 성지 같은 곳이다. 또한 일반인들도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꼽는다고 한다.
목포지역 향토사를 연구해 온 목포대 최성환 교수는 "홍법대사상과 부동명왕상은 전국 개항장 가운데 목포에만 있는 것으로 일본 시코쿠지역에서 화산암으로 제작돼 유달산으로 안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8개의 불상은 유달산 내에는 한 점도 존재하지 않으며 목포지역 내에 10여 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나머지는 외지로 반출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목포 등 전남 서남권은 일본 승려들이 중국으로 불교유학을 떠날 때 거쳐 가는 관문 역할을 한 곳"이라며 "홍법대사상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불교의 발달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연구와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은 홍법대사와 관련된 88곳의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두 불상이 관광자원으로 갖는 활용가치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화유산에 담긴 도시의 역사성에 주목해야" 최 교수는 문화유산에 담긴 도시의 역사성에 대해 주목할 것도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하나의 도시가 태어나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독특한 역사성이 담겨있다"라며 "일제 강점기도 치욕스럽지만 우리 역사이며, 특히 다른 지역에는 없는 목포만의 문화유산이라면 잘 보존해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일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목포시 관계자는 "오는 5월 문화재심의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홍법대사상과 부동명왕상에 대한 심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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