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오마이뉴스에서 받은 명함이다
김성호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지난해 4월 27일 첫 번째 기사를 송고한 이래 지금까지 162편의 기사를 써왔다. 내가 첫 기사를 보낼 때만 해도 만약 누군가 1년 뒤에 내가 백 편이 훌쩍 넘는 글을 기고할 거라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쓴 글을 온라인 매체를 통해 공개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기자가 되기를 꿈꾼 적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영화와 축구,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그런 내가 시민기자가 된 건, 더불어 수백 명의 청취자가 듣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게 된 건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학업보단 온갖 아르바이트가 더 익숙했던 9년 간의 대학생활을 끝내고 내가 손에 쥔 건 졸업장 한 장 뿐이었다. 유독 춥게 느껴졌던 겨울을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나보내고 나는 공식적인 백수가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내가 지원한 어느 기업 하나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학업만 마치면 멋지게 사회인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쫓기듯 살며 수십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온 경험은, 그렇게 따낸 졸업장은 경쟁자들의 화려한 이력에 비하면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졌다.
팟캐스트를 처음 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아르바이트 말고는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생활하던 나에게 유일한 낙은 라디오였다. 길을 걷는 내내 나는 라디오를 들었고 좋아하는 방송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자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는 날도 잦았다. 그런 내게 한 친구가 팟캐스트를 추천해 주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지만, 전자책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태블릿PC를 구매했을 즈음이었다.
그렇게 접한 팟캐스트 방송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12살의 마크 트웨인이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하며 알게 된 세상이 이러했을까?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놓는 이 세계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취업과 생활에 대한 또래의 고민부터, 시사·역사·과학·문화·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팟캐스트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영화 팟캐스트는 내가 가장 즐겨 듣는 분야였다. 내 별볼일 없는 20대 시절 가운데 영화야말로 가장 사치스런 취미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본 영화에 대해 출연자들이 즐겁게 말하는 걸 들으며 내가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술잔을 나누며 무심코 건넨 이야기는 곧 우리의 팟캐스트 방송이 되었다.
처음 방송을 접했을 때처럼 방송을 하는 것도 완전히 신세계였다.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로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은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이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은 팍팍한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완전한 공짜였다! 나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흥분되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방송에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우리의 관심은 곧 청취율로 옮겨갔다. 주변에도 알리지 않고 무작정 시작한 방송인지라 기껏해야 회당 스무명 남짓이 듣는 정도였는데 다른 많은 팟캐스트 진행자처럼 우리도 더 많은 청취자를 원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주변에 알리자니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블로그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름난 파워블로그는 하루에도 수만 명이 찾는다는데 수백 명만 들어와도 어딘가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둘 다 블로그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좀 더 시간이 많은 내가 운영을 맡기로 했는데 어디서 블로그를 시작할지부터가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주요 포털사이트부터 블로그를 지원하는 많은 사이트에 들어가 장·단점을 비교했는데 <오마이뉴스>도 그 중 하나였다. 돌이켜보면 오마이뉴스 블로그를 알게 된 것도 꽤나 운명적인(만약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일이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알아보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접속했는데 다행하게도(?)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부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이곳저곳 헤매다 하라는 대로 로그인까지 하고 평소 써놓은 글을 복사해 넣었는데 그러고도 글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어 창을 닫고는 다른 편리하고 쉬운 블로그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밤이었던가. 아르바이트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뉴스기사를 클릭하다 어딘가 익숙한 글을 읽게 되었다. 당시 개봉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대한 기사였는데 한참을 읽어내려가다보니 이건 내가 쓴 글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