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 입구에 전시회 서문인 ‘아이들의 방 ; 2014.0416 _ 2015.0416’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박호열
20여 평의 아담한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사랑방 겸 주방이 보인다. 전시회 준비에 손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왼편이 전시관이다. 가장 먼저 '아이들의 방 ; 2014.0416 _ 2015.0416'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회의 '서문'인 셈이다. 전시관 입구에선 벌써 다녀간 이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은 노란 별모양 스티커가 예쁘게 반겨준다.
"그곳에 있는 너희가, 이곳에 있는 모두가 걱정 없이 행복하고 아픔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잘 지내야 해. 잊지 않을게, 꼭."아이들의 빈방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 액자 오른쪽 아래에는 아이의 반과 이름 그리고 사진을 촬영한 작가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사진과 함께 푸른색의 전시관 벽에는 기록수집 과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회상하며 구술한 내용 일부가 아이 이름과 함께 흰색으로 기록되어 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고통과 절망, 오열과 분노의 속울음으로 썩어 문드러진 가슴을 쓸어안고 내 자식의 기억으로 붙들려간 엄마 아빠의 육성을 책으로 담았다면, '아이들의 방'은 아침저녁으로 생전의 내 새끼를 눈으로 보고, 어루만지고, 내음을 맡았던 가장 잔인하면서도 가장 행복한 공간의 한 단면을 담아 왔다.
그래서일까. 전시관 한가운데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엄마아빠들이 진도체육관에 머물면서 사용하던 깔판과 모포, 요, 이불 등 지난 1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엄마아빠의 몸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시간 삭발농성을 하고 있지만, 그 체취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아이들의 방'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방'은 주인의 이름은 달랐지만, 풍경은 참 많이 닮았다. 하나같이 예쁘고 잘 생긴 아이들 얼굴 사진, 주인 없는 책걸상, 가지런히 정돈된 교과서, 금방 켜질 것 같은 컴퓨터, 손때 묻은 인형과 기타 그리고 깨끗하게 다려진 교복…, 그렇게 사진은 아이들의 부재를 다시금 각인시켜주었다.
전시관 천장에는 정체불명의 전깃줄이 줄줄이 달려있다. 304개다. 전시 콘셉트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 편지 등을 넣는 사각형의 도자기를 연결하는 전기선이다. 20cm 크기의 도자기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연결해 불을 밝히면 투명한 아랫면을 통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 304명 모두 만날 때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