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해산 부당' 주장 새정치, 재보궐 후보 안 냈어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16]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장

등록 2015.04.06 15:32수정 2015.04.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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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겪은 일을 담은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을 지난달 19일 출간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 책 1부에서 해산 심판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고, 2부에서는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1일, 서초동에 있는 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책에 대한 뒷얘기와 함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또, 여야 합의로 오는 7일에 열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유신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참여"

 이재화 변호사
이재화 변호사이영광

-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을 출간한 지 2주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때요?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있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죠. 하지만 재판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궁금해서 많이들 찾는 편인 듯해요. 이 책에는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기술해 놓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 책은 어떻게 해서 출간하게 되었어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재판결과 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것에 대해 기록하지 않으면 재판관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재판한 것처럼 잘못 기록할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작업하게 됐습니다.

저는 헌법재판관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민주주의관을 갖고 재판에 임했고, 증거재판이 아니라 심증재판을 했다고 봅니다. 국민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썼죠. 역사가 '의도된 오판'을 한 8명의 헌법 재판관들을 심판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자발적으로 소송대리인단에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이 변호사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잖아요. 왜 통합진보당 변론을 맡았어요?
"정파적 이해를 떠나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여를 한 거죠. 민주주의란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공존하는 사회잖아요. 15년 동안 멀쩡하게 활동해온 진보적 정당을 갑자기 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다원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용인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유신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했어요."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책 표지.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책 표지.글과 생각

- 책 표지 그림이 헌법 책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의미가 있습니까.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짓밟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이나 재판 과정에서도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짓밟았어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 보수 측에서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이야말로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거죠.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과 사상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특정 사상이나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 그런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획일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으로 파시즘 사회죠. 파시즘 사회는 민주주의와는 반대되는 전체주의 사회죠. 그 때문에 보수 쪽의 주장은 민주주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매우 부당한 논리입니다."

- 1부와 2부로 나눠서 1부는 해산 심판 과정을 기술했고, 2부는 판결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요?
"실제 재판 과정에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1부를 구성했죠. 2부는 판결문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결과만 부당했던 게 아니라 과정도 부당했다는 걸, 세상에 알리려고 한 것이지요."

- 정부 측은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상관없는 증인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모두 채택했어요. 그 상황도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
"정당해산 심판을 엄격한 증거에 의해 사실을 밝히고 그것에 따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상검증을 하여 결론내리겠다는 것인데. 헌재가 정부 측의 의도를 알면서도 정부 측 증인을 모두 채택한 것이죠.

예전에 주사파 활동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사상 검증식 재판을 하기 위해서 민혁당 활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준 것이지요. 정부쪽은 그 증인을 내세워서 그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생각을 물어본 거예요. '주사파들은 생각이 바뀔 수 없다. 그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축과 추론을 했고 헌법재판관들은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증인에게 추측과 추론을 더 해달라고 했지요. 참, 이상한 재판이 실제 이뤄졌지요.

예를 들면 민혁당의 김영환씨 같은 경우에는 1997년 전향한 이후에 민혁당에서 활동한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고 본인도 이야기했어요. 그는 '민혁당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람 중 일부는 여전히 통합진보당에서 민혁당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변할 수 없다'고 증언했죠. 그것이 위헌정정 판결의 기초가 되었던 거죠. 상식적으로 보면 김영환씨가 신이 아닌 이상, 17년 동안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근데 헌법재판관들은 그의 근거 없는 추론과 추측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10만 당원들의 정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거죠."

- 책에 보면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파시즘"이라고 했는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할 순 없지 않나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한 대학에서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한 것을 "사회주의가 붕괴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독재가 망한 것이다. 자본주의 나라도 독재하면 망했기 때문에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강연한 적이 있어요.

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독재하는 건 헌법에 반하지만, 사회주의를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건 헌법에 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반대는 자본주의고 민주주의 반대는 독재고 파시즘이지요. 그 때문에 특정 생각과 사상,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 자체는 독재고 전체주의죠. 그것이 민주주의에 대립되는 개념이고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민주적 정치과정을 거치는 나라들을 파시즘이라고 하지 않아요."

- "재판 과정이 코미디였다"고 하던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재판관들이 증인이 경험한 것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의견이나 추측을 하고 있는데도 그러한 진술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정부 측 참고인이나 증인들이 비합리적인 진술을 했을 때도 그것에 대해 추궁하거나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정부 측 증인이 나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은 위헌적인 행동이다'를 주장했어요. 정부 측 참고인이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을 위헌이라고 하는 건 엄청난 일인데 왜 그렇게 보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추궁하는 헌법 재판관이 한 명도 없었어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라 정부 측과 헌재가 합작해서 정당해산을 하기로 기획한 것이고 증거를 외면하고 결론 내린 것이죠. 책 제목대로 기획된 해산이고, 의도된 오판이었습니다."

- 이유가 뭔가요?
"민주노동당부터 멀쩡하게 15년을 존재하다가 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TV토론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정치보복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해산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패륜적 판결'이라고 평가하셨잖아요.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현행 헌법이 만들어졌고, 이 헌법이 헌재를 탄생시켰어요. 6월 항쟁은 헌재에게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파를 보호해서 야당을 보호해달라는 역사적인 사명을 부여했죠. 그러나 헌재는 6월 항쟁의 정신을 외면하고 통합진보당을 위헌 결정했기 때문에 어버이를 부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패륜적 판결이라고 한거죠."

 이재화 변호사.
이재화 변호사.이영광


- 정당 해산 심판 과정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행여나 종북논쟁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봐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헌재가 아무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이나 시민사회에서 '정당해산은 안 된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면 위헌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야당들은 '종북'이란 똥물이 자기에 튈까봐 제대로 이야기를 못했던 거죠.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도 재판 과정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보수언론과 박근혜 정부가 '종북몰이'에 야당이나 시민사회, 진보언론까지 '종북새장'에 갇혔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결국, 야당이나 시민 단체에도 통합진보당 해산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르틴 니묄러는 나치에 대항했던 목사가 있잖아요. 저는 이 재판 과정에서 그의 시가 연상되었어요. 다른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그들은 '우린 통합진보당과 달라'란 말 만했거든요. 결국,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 공세'를 받을 거고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나 보수언론이 이야기하는 '종북몰이'는 계속 될 거예요."

- 통합진보당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석기 전 의원의 행위는 개별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의 발언은 통합진보당의 정책이나 당론, 강령에 배치된 것이지요. 이 전 의원이 당을 대표해서 한 발언도 아니지요. 그리고 이전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은 애초에 발표한, 내란음모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잖아요. 이 전 의원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당을 대표하거나 당의 기본 노선에 따른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이 전 의원하고 거리를 두든 아니든 이 사건과 관계없다고 봅니다."

- 당론이나 강령에 배치된다고 하셨는데 그럼 해당 행위로 징계해야지 않나요?
"정당해산 심판할 때까지는 이 전 의원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확정되지도 아니한 사실로 징계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죠. 헌재가 이 전 의원에 대한 형이 확정된 후, 당에서 그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지켜본 후에 판결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당, 재보궐 선거에 자기당 후보 내는 건 모순적 행위"

- 이번 재보궐 선거는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한 것이잖아요. 야당들은 정당해산이 부당하다면서도 재보선에서 자기당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야당들은 위헌결정이 날 때, 이구동성으로 '정당해산이 부당하다'고 논평했었죠. 그런데 재보궐 선거에서 자기당 후보를 내야한다고 하는 것은 모순적 행위라고 봅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헌재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헌재에 대한 심판입니다. 당연히 야당들은 후보를 안 냈어야죠. 부당하다면서도 자당 후보를 내는 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꼴입니다. 매우 부적절하죠. 국민모임으로 출마하는 정동영 후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천정배 후보도 마찬가지죠."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가 7일 열리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떻게 보세요?
"이 부분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박 후보자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의 주임검사였는데, 그런 사람이 대법관 후보자가 되었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는 건, 대충 후보를 검증하다가 표 대결로 박 후보자를 통과시켜 주겠다는 것이죠.

새정치민주연합도 결국은 6월 항쟁의 산물로 태어난 정당인데 6월 항쟁의 정신을 배반하는 것이고, 박종철 열사를 두 번 죽이는 거죠. 매우 잘못된 판단이죠. 이왕 열린다면 '사즉생'의 각오로 낙마를 시키는데 총력을 다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국민이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대법관 공백 상태가 오래가면 안 된다고 하던데...
"대법관 공백이란 것은 양승태 대법관이 함량도 안 되는 박 후보자를 제청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지,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에 생긴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 공백에 대한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질 필요가 없는 거죠. 그건 결자해지로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함량 미달의 후보자를 임명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해야지 왜 야당이 책임져야 하나요? 말이 안 되는거죠. 저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재화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동합진보당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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