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책 표지.
글과 생각
- 책 표지 그림이 헌법 책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의미가 있습니까.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짓밟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이나 재판 과정에서도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짓밟았어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 보수 측에서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그런 생각이야말로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거죠.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과 사상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특정 사상이나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 그런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획일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으로 파시즘 사회죠. 파시즘 사회는 민주주의와는 반대되는 전체주의 사회죠. 그 때문에 보수 쪽의 주장은 민주주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매우 부당한 논리입니다."
- 1부와 2부로 나눠서 1부는 해산 심판 과정을 기술했고, 2부는 판결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요?"실제 재판 과정에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1부를 구성했죠. 2부는 판결문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결과만 부당했던 게 아니라 과정도 부당했다는 걸, 세상에 알리려고 한 것이지요."
- 정부 측은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상관없는 증인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모두 채택했어요. 그 상황도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정당해산 심판을 엄격한 증거에 의해 사실을 밝히고 그것에 따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상검증을 하여 결론내리겠다는 것인데. 헌재가 정부 측의 의도를 알면서도 정부 측 증인을 모두 채택한 것이죠.
예전에 주사파 활동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사상 검증식 재판을 하기 위해서 민혁당 활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준 것이지요. 정부쪽은 그 증인을 내세워서 그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생각을 물어본 거예요. '주사파들은 생각이 바뀔 수 없다. 그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축과 추론을 했고 헌법재판관들은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증인에게 추측과 추론을 더 해달라고 했지요. 참, 이상한 재판이 실제 이뤄졌지요.
예를 들면 민혁당의 김영환씨 같은 경우에는 1997년 전향한 이후에 민혁당에서 활동한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고 본인도 이야기했어요. 그는 '민혁당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람 중 일부는 여전히 통합진보당에서 민혁당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변할 수 없다'고 증언했죠. 그것이 위헌정정 판결의 기초가 되었던 거죠. 상식적으로 보면 김영환씨가 신이 아닌 이상, 17년 동안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근데 헌법재판관들은 그의 근거 없는 추론과 추측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10만 당원들의 정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거죠."
- 책에 보면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파시즘"이라고 했는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할 순 없지 않나요?"김대중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한 대학에서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한 것을 "사회주의가 붕괴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독재가 망한 것이다. 자본주의 나라도 독재하면 망했기 때문에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강연한 적이 있어요.
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독재하는 건 헌법에 반하지만, 사회주의를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건 헌법에 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반대는 자본주의고 민주주의 반대는 독재고 파시즘이지요. 그 때문에 특정 생각과 사상,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 자체는 독재고 전체주의죠. 그것이 민주주의에 대립되는 개념이고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민주적 정치과정을 거치는 나라들을 파시즘이라고 하지 않아요."
- "재판 과정이 코미디였다"고 하던데..."앞서도 언급했지만, 재판관들이 증인이 경험한 것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의견이나 추측을 하고 있는데도 그러한 진술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정부 측 참고인이나 증인들이 비합리적인 진술을 했을 때도 그것에 대해 추궁하거나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정부 측 증인이 나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은 위헌적인 행동이다'를 주장했어요. 정부 측 참고인이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을 위헌이라고 하는 건 엄청난 일인데 왜 그렇게 보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추궁하는 헌법 재판관이 한 명도 없었어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라 정부 측과 헌재가 합작해서 정당해산을 하기로 기획한 것이고 증거를 외면하고 결론 내린 것이죠. 책 제목대로 기획된 해산이고, 의도된 오판이었습니다."
- 이유가 뭔가요?"민주노동당부터 멀쩡하게 15년을 존재하다가 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TV토론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정치보복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해산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패륜적 판결'이라고 평가하셨잖아요.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현행 헌법이 만들어졌고, 이 헌법이 헌재를 탄생시켰어요. 6월 항쟁은 헌재에게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파를 보호해서 야당을 보호해달라는 역사적인 사명을 부여했죠. 그러나 헌재는 6월 항쟁의 정신을 외면하고 통합진보당을 위헌 결정했기 때문에 어버이를 부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패륜적 판결이라고 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