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당시 무연탄 난로가 놓인 교실. 수업 시간과
운동회, 수학여행의 모습
박현옥
다들 자기소개하고 식사하면서 술이 한 순배씩 돌았다. 도래도래 모여 서로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이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이날만큼은 그 시절 그때의 호칭으로 불렸다. 신작로 신발 집 누구, 화분 집 아들, 양조장집 아무개….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변두리에 자리한 학교였다. 난 시내에 살다가 집안이 기우는 바람에 시 외곽으로 막 이사한 상태였다. 그 학교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동네라 우리 집 근처에는 같은 반 친구가 없었다. 이날도 학교 앞에 밀집해 있던 동네 친구들은 누구네 옆에 누구 집이 있었고 등 서로 호구조사로 바쁜 와중에도 나만은 열외였다.
중심지에서 변두리 산동네로 이사 간 셈인데 전에 살던 동네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할머니께서는 이곳 사람들 언행이 거칠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될 수 있으면 근처 애들과 같이 섞이지 않기를 바라셨다. 자치기나 팔방, 다방구나 구슬치기를 하며 골목 애들과 같이 놀기는 했지만 속엣 이야기를 나눌 친구는 없었다.
우리 집에서 한참을 걸어 나가서 있는 신작로, 대학교 앞에 사는 우리 반 '월영이'가 내가 전학가서 사귄 첫 친구였다. 이 골목 저 골목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는 그런 초등학교 시절은 아니었다. 이날 모인 동창 중에도 나랑 친했던 친구는 몇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낯설고, 주름진 얼굴도 가만히 보다보면 어렸을 적 학교에서 봤던 그 어리고 장난기 서린 얼굴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