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 삼겹살은 얇아서 금방 구워진다.
김종수
불타는 금요일 총각의 메뉴는? 정답은 대패 삼겹살이었다. 누구랑 먹었냐고? 총각답게(?) 혼자 먹었다. 갑자기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오른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뭐? 나답지 않게? 나다운 게 뭔데? 나다운 게 뭐냐고!" 그렇다. 총각은 주말을 앞두고 혼자 이런 상상을 하면서 대패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다.
근처에 고기와 야채를 저렴하게 파는 곳이 생겨서 대패 삼겹살과 파채 한봉지 그리고 깐 마늘과 고기 전용 쌈장까지 골고루 갖춰서 샀다. 상추는? 귀찮아서 안 샀다. 혼자 삼겹살 구워먹는데 상추까지 싸먹으면 판이 너무 커질 것 같았다.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샀다.
나로서는 간만에 대패삼겹살을 먹어보는 것이다. 과거에는 곳곳에 대패삼겹살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 고깃집을 가면 대부분이 생삼겹을 쓰는지라 냉동 대패 삼겹살은 보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정육점을 가도 구하기가 힘들다. 생삼겹도 맛이 있지만 대패 삼겹살도 나름대로 특유의 맛이 있다. 특히 오돌 뼈가 중간 중간 붙어있어 씹을 때 오독오독하는 식감이 참 좋다. 두께가 굉장히 얇은지라 핏기만 가시면 바로 꺼낼 수 있어 간편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생삼겹보다 훨씬 낫다고 느껴진다.
아참! 결정적인 것을 빼먹었다. 숙주나물도 샀다. 냉장칸에 갖가지 야채가 있는데 어떤 것을 사야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직원분이 오셔서 숙주나물을 추천했다. 숙주나물을 고기를 구운 기름에 볶으면 맛있다는 말에 얇은 귀가 금방 반응했다. 어느 정도 사각 사각을 유지한 상태를 유지한 채 살짝 구워보니 입맛에 잘 맞았다. 고기와 함께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왜 총각은 이렇게 황금 같은 금요일에 혼자 대패 삼겹살을 구워먹어야만 했는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아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어 같이 삼겹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누구랑 나눠먹으면 먹는 양이 줄어들까봐? 땡땡땡! 모두 아니다. 지난 13편
'혼자서 삼겹살 굽던 그 남자... 눈물나게 부러웠다'에 나오는 아저씨처럼 뭔가 그럴듯한 에피소드는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총각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술, 과하면 생활이 '어질어질'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인 남자들이 밤에 가장 많이 즐기는 것 중 1위를 꼽으라면 술이 아닐까싶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취미활동을 하는 인구도 늘었다고는 하지만 성인남자들 대부분은 밤에 동성 혹은 이성들과 모여 한잔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이 끝난 초저녁에 만나 밥겸 술겸 한잔하면서 배를 채우고 2차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굉장히 흔한 일상중 하나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한잔마시면서 식사까지 해결하다보면 하루 내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조금 더 과한 지인들이 많다. 2차는 기본이거니와 조금 먹다보면 새벽까지 내달리기 일쑤다. 가끔씩 그러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만 쌓이다보면 은근히 힘들어진다. 나는 물론 지인들 대부분은 다음날 출근을 해야되는 입장인지라 술이 제대로 깨기도 전에 다음날 일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난 아무리 늦게까지 술을 먹어도 할 일은 해." 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그쪽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 컨디션으로 일을 하면 아무래도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 자체야 꾸역꾸역한다지만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고 그로인해 사람들을 밝은 얼굴로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냥 적당한 시간까지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채 다음날 제대로 일에 임하면 어떨까? 하지만 지인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먹다보면 조절이 잘 안 된다. 그게 바로 술이다.
난 사람이 좋아서 술을 먹는 편이다. 원래 친한 사람과 먹으면 부담없이 편해서 좋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술 한잔 같이 먹으면 조금 더 친밀감이 쌓이게 된다. 술은 이러한 순기능을 내포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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