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인터뷰를 하는 두 사람신주쿠 어원 근처에 있는 까페에서
이형석
- 연극인으로서 자이니치(재일 조선인)의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이 문제만 아니면 일본 연극계에서 더 인정받고 폭넓은 활동을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나요?"개인적으로 걸림돌이라고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자이니치를 인정 못 받는다면 일본 연극계에 있을 필요가 없겠지요."
- 한국 배우와 연출가 및 극작가에 대한 평가 내지는 소감을 부탁합니다."저는 특정 국가와 정부도 싫고 특정 사상도 싫고 어떤 이데올로기도 싫어합니다. 예술가가 국가나 정치를 위한 작품을 만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정치선전입니다. 역사상 예술이라는 탈을 쓴 정치선전은 인간을 학살하는 도구가 되고 국가의 개가 되었습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맺고 이어가는 힘이 있습니다.
언젠가 박극형 선생님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선생님께서는 박정희 정권 시대에서 예술(인)이 가장 힘들었지만 그 시대에 명작이 많이 태어났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이 군사정권에서 민간으로 정권을 이양받는 과정에서처럼 극렬한 산고는 없었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일본에 살면서 가만 보면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문화가 예술의 탈을 쓴 정치선전으로 변해갑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민족과 다른 사람을 낮추어보지 않는 사람과 함께 민들 수 있는 진실한 예술 그리고 이 시대의 명작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에 재일조선인의 자격으로 참여해 공연한 이 작품에 대해서 한국에 계신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의 말씀을 부탁합니다. "<영도의 손바닥>이라는 작품을 공연했습니다. 24년 만에 방문한 북한에서 있었던 일을 그린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가장 가깝고 가장 먼 나라입니다. 어릴 때 3번 방문한 나라에서 이제 내가 그 당시 방문한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고 방문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보이는 현실과 많이 부닥치면서 언론의 프리즘을 넘어서야 접근 가능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 일본에서 연극의 위치와 위상은 답보 상태인가요? 쇠퇴 혹은 발전인가요?"큰 무대 연극은 어떨까요? 전 소극장에서 삽니다. 오사카가 주된 활동 지역입니다. 도쿄는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생각이 있을 것이고 후쿠오카와 홋카이도를 비롯한 서로 다른 도시의 연극은 각자 다른 느낌이 있을 겁니다. 세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기들의 힘이 모든 연극의 힘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큰 파도는 이제 어렵다고 느낍니다.
다른 문화와의 교류가 없고 극장과 함께 사는 연극이 옛날보다 너무 적어졌습니다. 극장의 책임도 큽니다. 일시적으로 소극장 활성화를 위한 큰 움직임이 있었는데 손님 동원을 많이 하는 극단만 우대해서 작은 극단에 대한 차별도 많았습니다. 극장을 믿지 못한 극단도 그때 많이 생겼고 그것이 함께 자라지 못하게 된 하나의 사실이기도 합니다. 결국 눈앞의 영광만 요구한 자세가 지금의 상태를 키웠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이런 태도와 자세가 크게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무너질 거로 봅니다. 어쨌든 국가의 밑에선 어느 예술도 자라지 않기 때문에 지하 혁명적인 작품이 어떻게 자라는지 연극의 미래도 거기에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1980년대 문화가 싫은데 그러나 그 당시의 지하 문화들은 오히려 힘 있고 미친 듯이 성공신화 사회의 반대쪽에서 활약해 다양한 문화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쇠퇴와 발전은 야누스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