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동아현역 4번 출구로 나와 시장을 빠져나오면 북아현동의 주택가로 들어갈 수 있다. 북아현동의 주택가에서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의미의 빨간 깃발을 달아 놓은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민경
지난 4월 25일 기준, 서울시에는 총 411개의 재개발 구역이 있다. 서대문구 소재의 재개발 구역은 총 31개. 25개 자치구 중 5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구역 지정은 됐지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2호선 아현역 부근에 있는 북아현동뿐이다. 이곳의 재개발은 지난 2007년 뉴타운 지정 후 시작됐다. 지난해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됐지만 아직 북아현시장 사이에 있는 주택가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아현역에 내리자마자 건너편에 알록달록한 간판이 줄 세워져 있다. 이른바 '방석방'이다. 뒤편으로는 여기저기 공사 먼지가 날렸고, 소음이 들린다. 공사 탓에 보도 일부분은 끊겨져 있다. 횡단보도가 없어 건너편으로 이동하려면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넓이다.
북아현동에서 처음 본 두 곳의 집 주인은 모두 조선족이었다. 한 집은 조선족 여성 2명이 함께 살고 있었고, 두 번째 집은 조선족 모녀가 살고 있었다. 조선족 여성 4명 중 3명은 직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저렴한 지역을 원해 북아현동을 택했다고 말했다. 여성 2명의 직장은 디지털미디어센터였고 한 명의 직장은 공덕이었다. 모두 30분 이내에 직장에 도착한다 말했다.
실제 둘러본 동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주택가 곳곳에 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보였다. 어떤 골목은 집집마다 빨간 깃발이 달려 있기도 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집이라는 의미다.
주택의 노후 정도나 교통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지역의 주거 환경은 주변 동네들에 비해 열악하다. 그러나 의외로 이곳에 집을 구하려고 하는 수요는 꾸준하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월세 구하는 세입자를 가장해 둘러보니 이곳 주택가의 12평(39㎡)짜리 반지하 원룸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면 입주할 수 있었다. 추가 관리비도 없다. A부동산 대표 고아무개씨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재개발 일정이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전 세입자인 전희옥(가명)씨는 이 방에서 딸과 함께 4년 동안 살았다고 했다. 그는 "저렴한 월세 덕에 돈을 모아서 결혼하는 딸과 아파트로 이사 간다"며 웃었다.
같은 북아현동이지만 이화여자대학교 부근은 재개발 지역에 비해 가격이 거의 2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5평(16.5㎡)크기의 여성 전용 신축 원룸에 입주하려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5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관리비 6만 원은 별도다. 이 동네 K부동산 대표 김아무개씨는 "이화여대 부근은 10평 안의 물건이 보증금 2000만~3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이상이 평균"이라고 설명했다.
"연희동, 지하철 멀지만 동네 분위기 때문에 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