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시간을 멈춘 공간 속에 주인의 삶도 멈춰있다. 2학년 8반 안주현의 방(좌), 2학년 9반 이보미의 방(우).
유수빈
2학년 9반, 이보미의 방. 침대에 보미 대신 보미의 사진이 앉아있다. 화사한 분홍빛 방 벽 왼편엔 보미가 다양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여고생 특유의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방안을 장식한 알록달록한 쿠션과 벽에 붙어있는 곰 인형이 그려진 메모판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에서 여고생 보미의 몸냄새가 난다. 하얀 옷장 위에 구겨진 큰 곰 인형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어서 와 내 몸을 펴 안아 달라고 조르듯이. 핑크빛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방 한가운데엔 봄 새싹같이 화사한 연둣빛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 등받이에 보미가 매고 다녔던 가방이 평상시처럼 걸려있다.
1년째 시간을 멈춘 공간 속에 주인의 삶도 멈춰 있었다. 책과 문제집이 쌓여있는 책상, 대각선으로 비뚤게 밀린 키보드, 의자에 걸쳐둔 옷가지, 방구석에 박힌 운동기구. 공부하고 멋 부리던 주인공들의 일상이 멈춰진 방안 풍경은 이들의 부재를 뚜렷이 증명하고 있었다. 방은 개인의 세계를 담는 최소 공간이다. 방을 보면 아이들이 보인다. 몸짓, 소리를 넘어 마음마저 읽힌다. 떠났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방의 주인은 여전히 아이들이었다.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 전시 2관은 작은 한옥 방 두 개를 이어 만들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50여 명 아이들이 정지된 시간과 동작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안엔 우리가 잃어버린 50여 명의 세계가 있었다. 돌아오지 못하는 주인을 기리는 안타까움과 주인이 없는 방을 치우지 못하는 그리움이 혼재되어있는 공간, 그 날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풍경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