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마을 정자
김용만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마을까지 들어가는 길이 1차선입니다. 마을버스도 다니는 길이라 과속은 금지라는 것, 알려드립니다.
김수한 전 사무국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요리체험을 주로 하시는데,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10인 이상만 되면 1년 내내 예약 체험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제철에 나는 음식 재료들로 요리를 함께 합니다. 단지 요리 체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교육도 병행합니다. 슬로푸드, 농업의 소중함, 농업의 가치, 농민의 필요성에 대해 가르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대두로 만든 식용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영상으로 시청하기도 합니다. 이 영상을 보면 어머니들께서 더 놀라시더군요.(웃음) 제 개인적인 생각에도 이왕 드실 꺼면 수입산 대두로 만든 식용유보다는 올리브유, 포도씨유를 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굳이 요리체험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실제로 아이들이 스스로 음식을 해 먹을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립적인 삶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학교에서는 이런 부분을 비중 있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은 마트에서 돈을 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음식재료들이 어떻게 재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그리고 그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를 해서 먹는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먹거리 교육, 식자재 체험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저희는 요즘 채식해물짜장면을 주로 만듭니다. 저희 욕심으로는 이런 활동들이 지역과 연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역의 유치원, 초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와서 한번만 체험해봐도 음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됩니다."
- 슬로푸드를 강조하시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슬로푸드 운동은 국제적인 흐름입니다. 패스트 푸드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금방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라 정성껏 키운 재료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음식을 제대로 먹는, 친환경적인 먹거리 실천운동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2010년 기준 26.7%입니다. 이 중 쌀을 제외하면 3.7%에 불과합니다. 쌀을 제외한 모든 식량의 97%를 수입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슬로푸드운동을 통해 우리의 식량자급률도 높여야 하고 따라서 둔덕마을을 지역 슬로푸드 운동의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하나의 목표입니다."
- 내용은 좋은 것 같습니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 있지 않습니까?"당면한 어려움은 노동력 부족입니다. 이 마을만 해도 30여 가구, 60여 명의 어르신이 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분들도 모든 농작물을 슬로푸드 방식으로 하시진 않습니다. 저희들이 강제할 수도 없는 부분이구요. 차차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농촌은 1차산업 즉 농산물 생산만 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6차 산업이라는 것이 강조됩니다. 1차산업인 농산물 생산, 2차산업인 유통, 판매, 3차산업인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농촌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에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어르신들만 하시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농촌이 자립하려면 30~40대 분들이 귀농, 귀촌하여 6차산업을 이끌어야 합니다."
- 6차산업, 그리고 귀농, 귀촌의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둔덕마을에서 이 사업을 시작한 지가 2년쯤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이 귀농, 귀촌한 사례가 많은가요?"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제주도나 경남의 특정한 곳에서는 귀농에 대한 준비나 지원 등이 나름 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둔덕마을은 행정구역이 창원시 즉 도시라서 그런지 귀농에 대한 정책이 상당히 빈약합니다. 귀농, 귀촌이 없으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귀농 귀촌에 대한 지원이 지자체마다 다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사업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이 일을 계속 하실 건가요?"아닙니다. 저는 올해 5월 1일자로 그만두었고 새로 김혜진 사무장님이 계속 하실 겁니다. 저는 그 분을 도와 지속적으로 슬로푸드, 슬로농촌운동을 함께할 생각입니다. 농업이 미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소 농업에 대해, 먹거리에 대해 심각히 생각치 못했던 저는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귀농하여 농촌을 살리려고 애쓰시는 분을 만나니 힘이 나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우선 둔덕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여쭈니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으면 좋겠다고 웃으시면 말씀하셨습니다. 새 사무장님인 김혜진 사무장을 만나 자세히 여쭤보니 최소 10명에서 최대 40명이 되어야 요리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고 계절에 따라 요리체험 후 놀꺼리도 다양하다고 안내하셨습니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대나무 물총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 가을에는 떡을 만들고,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는 등, 아이들이 신나게 놀거리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마을에는 도시에는 사라져 가는 골목들이 있었고, 어르신들이 계셨으며 깨끗한 자연과 삶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캠핑 가고 놀이공원 가는 것이 요즘 놀이문화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하고 직접 농사도 지어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보면 생산적인 놀이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왕 노는 것이면 소비적 놀이보다는 생산적 놀이가 좋지 않을까요?
잘 가라고 웃으며 손 흔드는 두 분을 보며 감사한 마음과 애뜻한 마음이 함께 일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별일 없는 한 매주 이 곳에 오기로 했습니다. 일손이 항상 필요하다는 말에 일손도 돕고, 농사일도 거들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논밭에 풀어둬서(?) 자연과 함께 자라는 기회를 줘보려 합니다.
먹고 싶은 것을 쉽게 얻고 쉽게 먹는 것은 귀한 것을 잊게 합니다. 1년 내내 싱싱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1년 내내 수고하시는 농민들이 계시기 때문이고 1년 내내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것은 1년 내내 바다에 나가 수고하시는 어부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먹거리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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