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맞은 도서부, 뭘 했을까?

플리마켓 통해 네팔 어린이 후원... 수익금 전액 기부하기로

등록 2015.05.11 17:33수정 2015.05.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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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준비 회의 도서부 학생이 모여 역할을 나누고 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준비 회의 도서부 학생이 모여 역할을 나누고 있다. ⓒ 황왕용


"4월 23일은 어떤 날일까요?"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떠오르는 대로 답하기 시작했다.

"목요일?"
"제 생일이요?"
"아빠 생일이요."

기자는 순천남산중학교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교사이다. 해마다 4월 23일 즈음 아이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대답은 해마다 창의성과 눈치를 더해 가지각색이다. 올해는 '독서의 날'이라는 대답을 하며 거의 정답에 근접해가고 있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독서증진을 위해 만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나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제정이 안타까우면서 반갑다고 말한다.

"책을 얼마나 읽지 않으면 책을 읽으라고 기념일까지 정했을까도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라도 알게 하면서 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순천남산중학교 도서부는 해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하며 자그마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도서부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외부로 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올해는 지난 9일, 조례호수공원에서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교실에서의 배움보다 어렵지만 값진 경험

a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프로그램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는 순천남산중학교 도서부 학생과 시민들. '책은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우측 상단)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프로그램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는 순천남산중학교 도서부 학생과 시민들. '책은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우측 상단) ⓒ 황왕용


지난 9일 오후 2시, 흰 색 차에서 책, 피켓, 가방, 장미꽃 등 많은 짐을 잔디밭에 부지런히 옮기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옮긴 짐을 돗자리에 정리하고 쭈뼛쭈뼛 눈치를 보는 아이들 사이로 큰 소리로 외치는 선생님이 있다. 바로 나였다.


"4월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입니다. 저희는 순천남산중학교 도서부 그린나래이고요.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여 이렇게 나왔습니다. 세계 책의 날은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을 집중시켜 이제부터는 너희의 몫이라고 자신감을 가지라며 독려했다.

아이들 사이로 시민들이 먼저 다가왔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던 녀석들이 어느새 자신감을 가지더니 시민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순천남산중학교 도서부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하여 책 플리마켓, 장미꽃과 책갈피 나눠주기, '책은 사랑을 싣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실에서의 배움을 넘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플리마켓은 순천남산중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책을 기증하는 등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눔에 나눔을 더해 플리마켓으로 얻은 수익금 24만 4000원은 유니세프를 통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 아동을 위해 전액 후원한다.

"최대한 말이 꼬이지 않게 하려고 연습도 해봤는데, 뭔가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쳐다봐주면서 대답을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되게 뿌듯하고 한 건 했다는 성취감도 들었다. 사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차가운 시선이 걱정되었는데, 그건 걱정일 뿐이었다."

3학년 김연조 학생이 전한 소감이다.

2학년 김시은 학생은 "시민들에게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 무엇인지 설명해드렸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면서, "사실 이런 날이 존재하고,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몰랐는데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다"고 말했다.

'책은 사랑을 싣고'를 담당한 송은비 학생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시고, 선뜻 참여한다고 하셔서 좋았고, 사연과 추천하는 책 제목을 엽서에 써서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여 엽서와 책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내가 진행해서 정말 뿌듯했다"고 전했다.

도서부 부장을 맡은 학생은 "이런 프로그램을 정례화해서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린나래' 친구들은 청소년 라디오를 기획하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독서문화프로그램을 통해 '1318 책벌레 리더스'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많은 활동을 계획하며 실행하고 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순천남산중 #도서부 #그린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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