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영천시 들판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기차.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이다.
정도길
사람이 만든 물감 색이 곱다고는 하지만 자연색만큼이나 아름다울까. 앞산에서 먼 산까지, 산골짜기 양쪽으로 온통 연두색으로 치장했다. 늦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가는 신록의 계절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팔공산거조암'이라는 편액을 단 일주문.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임에도, 주변이 탁 트인 빈터 탓인지 왠지 휑한 느낌이다. 일부 사찰의 주차장은 절 밑 코앞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차량을 이용하는 여행자는 일주문을 넘어서지 않고 차를 타고 절 입구까지 가게 된다. 일주문은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가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은 너무 편하게 살려는 경향이 있다. 사찰여행도 마찬가지다. 세속을 벗어나는 일주문에서부터 부처님이 계신 법당까지, '깨닫기 위한 마음'을 가지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무척이나 아쉽다는 생각이다.
불전사물을 안치한 영산루 좁은 돌계단을 오르니 연등이 하늘을 덮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기 위한 불자들의 불심이 등을 타고 하늘거린다. 연등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 중 하나다.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는 것을 상징한다. '빈자일등'이라는 연등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