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바' 김무성, '침통' 문재인전국 4곳에서 실시된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명을 당선시켜 대승을 거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김태호 최고위원 등에 업혀 기뻐하고 있다. 한편, 1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권우성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어째서 보수진영은 중산층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에 공격적인 반면, 진보진영은 오른쪽 깜빡이를 켜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소선거구제 하에서 선거에 이기려면 중원을 장악하는 게 필수인데, 왜 진보는 이념적 선명성을 고수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일까. 왼쪽에 서 있을수록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도그마는 어째서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왼쪽·오른쪽이라는 기준 자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일 뿐인데도 진보는 왼쪽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갖고 있어서 이 끈에서 풀려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이 진영에 속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右)클릭'을 말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또한 이들의 머릿속에 우회전이란 곧 타협·변절·굴종과 같은 뜻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수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되겠지만, 이런 인식은 '구시대의 망령'에 지나지 않으며 하루빨리 하수구로 흘려보내야 할 '찌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틀을 부수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중앙에 가까운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진보진영이 집권할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선거혁명을 통해 다당제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현 선거제도 하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이 제도의 도입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게 아니라, 맘에 들지 않지만 지금의 선거제도에서 이기는 전략과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영국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영국 노동당 그리고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범진보 진영에게는 어느 쪽 아이스크림 가게를 갈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 만한 큰 그림과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불평등과 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는 보수진영의 비난을 신물 나게 들었을텐데도 진보진영은 이 문제제기에 대해 여전히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혹 이들에게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스크림 제조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닐까. 영국도, 우리나라도 이 과거의 유령이 여전히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문제에 답을 줄 만한 식견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자신을 진보주의자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정중하게 묻고 싶다. 집권의지를 포기하고 정치적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의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인데, 진보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이번 영국 총선 결과가 주는 교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다음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