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타이니 앨리스 극장 앞에서 니시무라 히로코 선생님과 타이니 앨리스 극장
벽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차대표
이형석
나: 차 대표님 안녕하세요? 우선 뒤늦게나마 <흑백다방>으로 우수작품상과 연기상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차: 네. 고맙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영광을 그분들한테 돌립니다.
나: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 영광을 안으셨는데 연출자로서 일본 관객들한테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차: 아시다시피 <흑백다방>은 80년대의 한국을 소재와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하에서 민주화 요구화가 드높던 시절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룬 것인데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보편성이 국경을 넘어 공감대 형성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나: 영화화 하신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연극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차: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우선 장르의 차이로 인해 문법이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설정은 같지만 사건 전개과정에서 다른 등장인물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시공간의 비약과 압축이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가공이 가능하기에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 15년간 줄기차게 연극계에 몸담고 활동하신 걸로 아는데 <흑백다방>을 영화화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 작가마다 연출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두세 줄 정도의 메모가 작품으로 승화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소재 측면에서 사건 중심의 영화적인 소재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나: 연출보다는 좋은 작품(희곡)에 대한 갈망 때문에 연극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연출보다 희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차: 다음 세대에 대한 소명과 배려 그리고 관심입니다.
나: 다음 세대란?
차: 저의 손자와 손녀 뻘(웃음)이겠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지금처럼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기록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문학이 아닐까 합니다.
나: 연극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
차: 작가는 평생 저의 로망입니다. 그렇지만 타고난 소질이 뛰어나지 못해요. (웃음) 제 스승이신 오태석, 이윤택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주변에는 글을 잘 쓰는 선후배와 동기들이 참 많습니다.
나: 그럼 차 대표님이 눈여겨보는 극작가와 연출가는 어떤 분들입니까?
차: 앞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오택석 선생님과 이윤택 선생님을 필두로 서울예대에서 사제간의 인연을 맺은 윤대성 선생님 등이십니다. 윤대성 선생님은 이번 밀양 연극제에서 뵈었는데 제가 졸업 당시 발표한 작품을 기억해 주셔서 고마움을 넘어서 너무나 황송했습니다.
학문을 하면서 사제가 인연을 맺은 공간이 학교인데 제가 극단 창단한 지 올해로 만 14년차입니다. 그런데 제게 가르침을 주셨더 분들의 제자라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그로 인한 무게감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의무감과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는데 저도 비로소 이제야 세상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