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폭2세피해자 고 김형률의 10주기를 맞이하여, 부산민주공원에 기념 식수를 하고 있는 유족과 추모위원들.
오카다 다카시
22일 저녁에는 전야행사로 '김형률 세계를 말하다'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와 함께 다큐멘터리 '아들의 이름으로'(박일헌 감독) 상영 및 북콘서트, 가수 이지상씨의 추모공연 등 김형률을 기억하는 10주기의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또 10주기에 맞추어 고인이 생전에 발표한 강연록, 기고문, 국회와 정부 등에 보낸 청원서와 요망서를 비롯하여 평소 지인들에게 보냈던 서신과 메모, 일기 등 고인의 유고를 모은 유고집 <나는 반핵인권에 목숨을 걸었다>(김형률 저 아오야기 준이치 엮음, 행복한책읽기, 2015)도 출간되었다. 앞서 3주기였던 2008년에는 평소 김형률씨와 가까이 지내며 그 활동을 지원했던 부산교대 전진성 교수가 쓴 <원폭2세환우 김형률 평전-삶은 계속되어야 한다>(휴머니스트)가 출간된 바 있다.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히로시마 피폭2세 고바야시 하츠에 씨(일본전국피폭자동맹 청년대책 국제부장)는 "원폭2세의 유전적 영향을 호소하고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고발한 김형률씨를 떠나보낸 10년의 세월동안 그 상실감의 치유보다는 남겨진 자로서의 책무를 더 강하게 자각했다"면서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우리 원폭피해2세와 같은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을 또 다시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에 오열했다. 김형률 동지가 살아있었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또 후쿠시마에서 잇달아 아이들의 갑상선 암이 발병하고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2세 가운데서도 부모와 같은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하여 동지와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절절한 추도사를 읊었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매년 5월 김형률 추모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