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호미
어른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느긋하게 쉬기를 바라는 사람은 느긋하게 쉴 만한 곳에 가야 합니다. 눈부시거나 멋진 모습을 구경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눈부시거나 멋진 것이 가득한 곳에 가야 합니다. 고즈넉하면서 푸른 숲을 바라는 사람은 고즈넉하면서 푸른 숲이 펼쳐진 곳에 가야 합니다.
.. 갑자기 눈앞에 발리우드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장을 가득 메웁니다. 푸성귀 냄새, 과일 냄새로 가득한 걸로 봐서는 야채시장인 것 같습니다 … 양쪽 문을 열어 둔 채로 기차가 달립니다. 사람들은 열린 문가에 서 있거나 주저앉아 바깥 풍경을 감상합니다. 기차는 광야나 광활한 자연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비좁은 마을 골목을 끼고 달립니다 … 식료품 외에도 시장 안쪽에는 옷이나 구두,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파는 가게들도 보입니다. 낯선 마을의 시장 구경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구경보다 못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 (19, 34, 121쪽)이희인 님이 쓴 여행책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호미,2013)를 읽으면서 인도양과 맞닿은 여러 나라를 가만히 그립니다. 내가 사는 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인도양을 고요히 헤아립니다.
우리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칠 킬로미터를 달리면 바닷가에 닿습니다. 고흥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파란 빛입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남해'라고 하는 바다로, 지구별이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보면 '태평양'입니다.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닷물입니다.
짭조름한 기운이 가득 서린 바닷바람은 제법 셉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퍽 모진 바람이 되는데, 바닷가마다 후박나무가 서서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맞습니다. 무척 오랫동안 이 나라 바닷마을하고 섬마을에서 자란 나무입니다. 네 철 내내 푸른 잎사귀를 다는 후박나무는 여러모로 바닷마을이나 섬마을하고 잘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바닷바람은 한 해 내내 그치지 않으니, 후박나무처럼 한 해 내내 도톰하고 펑퍼짐한 잎을 매단 나무가 있으면 바람을 긋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