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젖어 양말과 신발을 벗은 모습...
정현순
"모두 되돌아가세요. 길이 막혀서 더 이상 갈수가 없고 위험하답니다."
바닥에 쓰러져진 사다리를 딛고 겨우 건넜는데 돌아가라는 가이드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도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척 아쉬웠다. 벌써 두 번째였다. 그해 장마가 심했다고 하더니 그런 물난리가 났다고 한다. 신이 내려준 선물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웅장한 아름다움이 있는 폴리트비체.
16곳의 호수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폭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리는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을까? 두 번째는 볼 수있겠지 했지만 신발까지 젖어 양말까지 벗고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될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더니 과연 그럴만 했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폴리트비체의 정적을 깼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그곳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에 바쁘다. 호수와 폭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광은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16개의 호수에서 떨어지는 멋진 폭포와 어울리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에메랄드빛 녹색의 호수가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장엄함도 느껴졌다.
가이드의 안내로 절경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지만 홍수의 여파로 그곳으로 가는 길은 차단이 되었다. 낭떠러지 같은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어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두 군데의 길이 모두 차단된 것이다. 젖은 발을 잠시 말리고 동력선을 탔다.
전기를 이용한 동력선을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연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전기 동력선이라 속도가 무척 느렸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치약과 샴푸, 린스를 가지고 가기는 처음이었던 같다. 그곳은 자연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금지 되어있기도 했다.
폴리트비체의 물가에서는 송어들이 떼를 지어 유유 자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숙소 앞에 있는 바닷가에서도 물고기들이 노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조금 과장된 표현하면, 물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했다. 그들의 그런 노력의 결과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주 천천히 가는 통통배 같은 분위기이지만 주변의 풍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색깔의 원앙새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배 옆으로 와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느려도 아주 느렸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