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서 패티 뒤집는 퍼포먼스를 하는 중인 나
알바노조 울산지부(준)
기본적으로 맥도날드의 업무는 1차 업무와 2차 업무로 나뉜다. 1차 업무는 햄버거를 제조하는 것과 관련된 것들이다. 나는 햄버거 속에 들어가는 '패티(고기)'를 굽는 일이 1차 업무였기에, 지글지글 끓는 그릴 기계 앞에서 땀으로 샤워하며 근무를 해야 했다.
그러다 주문이 뜸한 순간이 오면 서서 쉬는 것이 아니라 2차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2차 업무는 햄버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채우거나, 청소 등등의 기타 업무들이다. 맥도날드는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매장이기 때문에 오픈팀, 마감팀이 따로 정해져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근무하는 시간 내에 직원들이 햄버거를 만드는 일과 함께 청소와 매장 정리를 함께 해야 한다. 이런 빡빡한 업무 탓에 웬만큼 한가하지 않은 이상 나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했다.
한 번은 단체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어서 300개의 불고기 버거를 한 시간 안에 만들어야 했다. 나는 땀으로 샤워를 해가며 햄버거 패티를 구웠고, 트레이너들, 매니저들도 모두 얼굴이 빨개져가며 햄버거를 만들었다. 그러다 퇴근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입는데, '대체 내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봤자 나는 최저시급만 받고 일하는 알바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 한 번은 주문이 밀려드는 바쁜 시간, 패티를 굽다가 작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정신없이 패티를 뒤집다가 그릴 기계에 손이 데인 것이었다. 너무 뜨거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내 쪽으로 뒤돌아보지 않았다. 햄버거를 제 시간에 만들어야 하는 것에 정신이 없다보니 다들 내가 다친 일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마치 거대 공장 안의 부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의 동료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것인가?
초 단위로 알바들 업무 시간 체크하는 맥도날드
나는 맥도날드 알바를 하면서 들었던 이런 생각들을 고리로 이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보았다. 효율성이 문제였다. 맥도날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광고에서 내세우는 유쾌함과 신선함이 아니라 효율성이다. 소비자 입장이었던 과거의 나는 맥도날드 매장안의 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빨리 햄버거가 나오고 빨리 배달이 되니까 좋았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 일을 해보니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도날드는 초 단위로 맥알바들의 업무 시간을 체크한다. 몇 초 안에 패티를 걷어내야 하고, 몇 초 안에 주문을 접수해야 하고, 몇 초 안에 햄버거를 제조해야하고 등등. 모든 것이 숫자로 정해져있고 규정되어 있다. 맥알바들은 입사 초기에는 그 숫자에 압박을 받다가 후에는 그 숫자에 익숙해져 몸을 움직이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규정이 본사의 매뉴얼로 정해져있고, 우리는 모두 그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는 규정과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 매뉴얼들 속에 과연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고. 막말로 패티를 몇 초 안에 걷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 맥도날드에게 묻고 싶다. 소스를 어디에 몇 번 짜야 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묻고 싶다.
밀려드는 주문을 규정에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하느라 주방 안에서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맥알바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안 가지는 그런 태도, 햄버거를 배달하다 목숨을 잃는 맥알바들을 위해 규정을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그런 태도가 맥도날드가 추구하는 효율의 결론이라면 나는 그 시스템을 거부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5월 28일 맥도날드를 때려쳤다. 아니 거부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를 '거부'하겠다는 선언, 전국의 맥알바여 단결하라